“과거에는 무엇을 표현해야 하는지 알고는 있었지만 굳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여유 있고 편하게 드라마 속 제 모습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탤런트 김래원(24)이 지난 97년 데뷔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MBC 청소년드라마 ‘나’에 첫 등장한 뒤, ‘순풍산부인과’ ‘인생은 아름다워’ ‘내 사랑 팥쥐’ 등 숱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상당수 대중들 눈에는 스쳐 지나갔을 뿐이었다. 그가 ‘스타’로 자리매김한 것은 지난해 방영된 ‘옥탑방 고양이’ 이후. 어둡고 반항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그 나이 또래의 발랄한 감성을 경쾌한 연기로 풀어낸 덕분이다.

그런 그가 오는 25일부터 방송될 MBC 새 수목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의 주인공 ‘병수’역을 맡았다. 굳은 표정으로 “반은 세상사람이고, 반은 아니다”라며 병수를 소개하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순수하고, 맑고, 깨끗하고…. 그러다 찌든 사회를 경험하며 내면의 냉혹함을 새로 발견하게 되죠.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아픔은 느끼지 못하고 사랑하는 여인의 고통에만 반응하는 인물입니다.”

극 중 병수는 어려서 한집에서 자란 ‘피붙이’나 다름없는 여자친구 영채(윤소이)를 ‘끔찍이’ 사랑한다. 하지만 병수·영채가 근무하는 영화제작사의 사장 이나(염정아)·영화음악가 희수(김성수)가 끼어들면서 복잡한 국면이 형성된다.

‘옥탑방 고양이’의 가볍고 코믹한 분위기와는 분명한 거리가 있는 이 드라마에 대해 그는 “병수의 복합적인 캐릭터가 이해되지 않아 초반에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배워가는 과정이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에 부담감은 적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병수가 자살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만큼 절박하다는 말인데, 제 연기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옆에 앉아 있던 정운현 책임프로듀서가 “이 친구는 현장에서 연출자가 ‘좋다’고 해도 자기가 마음에 안 들면 ‘다시 찍자’고 하는 스타일”이라고 귀띔한다.

영화 ‘…ing’ ‘어린 신부’에서 각각 임수정·문근영과 짝을 이뤘던 그는 이 드라마에서 염정아와 호흡을 맞춤으로써 공포영화 ‘장화홍련’의 세 모녀를 모두 극 중 ‘파트너’로 맞이하게 됐다. 그는 싱긋 웃으며, “염정아씨가 친누나처럼 편하게 대해줘 촬영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고, 여유가 넘친다”고 말했다.

김래원은 ‘용감’하게도 “팬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이런 인식을 가질 수 있는 제 성격이 다행스러워요. 별 볼일 없는 저를 아껴주시는 팬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이지만, 다른 것 신경 안 쓰고 제 연기에만 몰입하고 싶거든요. 제 일에 대한 열정만큼은 자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