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마의 대표적인 유적 콜로세움 앞에서 검투사 복장을 한 채 관광객들을 모으는 두 남자. 수잔 바우어는 고대 로마의 검투사 학교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책의 제목 앞에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이란 수식어가 붙었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지극히 유익한 역사서다. 그 방대하고 복잡한 세계사를 이렇듯 쉽고 흥미진진하게 들려주는 역사서가 몇 권이나 될까. 뭣보다 세계사를 ‘외워야 할 것’으로 머리에 꾸역꾸역 집어넣는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이 책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우선 이 책에는 다른 세계사 책들이 정석으로 알고 시시콜콜 늘어놓는 연대(年代)가 표기되지 않는다. 고대 편을 다룬 1권은 나일강 문명의 형성으로 시작해 로마의 멸망으로 끝이 나지만, ‘지금으로부터 약 7000년 전’ ‘그로부터 4000년이 지난 뒤’라는 식의 표현만 있지, 단 한 번도 구체적인 연도를 언급하지 않는다.

놀라운 건, 굳이 연도를 몰라도 고대라는 큰 틀에서 역사의 흐름을 감지하며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전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리며’ 이야기를 엮어가는 저자 수잔 바우어의 능력이다. 3대 문명의 발생을 들여다보자. 기존의 책들이 고대 3대 문명을 이집트·메소포타미아·중국 편으로 분리해 그 지역을 집중적으로, 그러나 단절적으로 느끼게 하는 우를 범했다면, 바우어는 3대 문명을 중심으로 생긴 도시국가들이 교역과 전쟁을 통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며 발전해 갔는지에 초점을 두고 역사를 풀어간다.

<a href="http://bookshop.chosun.com/books/book_detail.asp?goods_id=0100005147103"><img src="http://www.chosun.com/img/200305/section/books/bookcart.gif" border="0"><

‘세계 정복의 역사’가 한 편의 영화처럼 드라마틱하게 전달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메소포타미아의 수많은 도시 국가들을 통일한 바빌로니아를 페르시아가 점령하고, 이를 다시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정복해 나가는 과정. 이탈리아의 작은 언덕마을이었던 로마가 카르타고와 이집트, 스페인과 브리튼(영국)까지 점령하며 번성했다가 쇠퇴하는 과정을 좇아가다 보면 세계사가 어떤 거대한 물결을 이루며 흘러왔는지 한눈에 파악된다.

그뿐인가. 칼이 아닌 법전으로 바빌로니아를 태평성대로 이끈 함무라비 왕, 페르시아제국을 건설했으나 정복당한 국가들에 자치성을 주고 공정하게 다스렸던 키루스 대왕, 싸우는 법 대신 글을 읽고 쓰는 법을 배워 찬란한 민주주의를 꽃피웠던 아테네 사람들, 로마제국의 1인 황제가 되려고 욕심부리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죽임을 당하는 시저(카이사르) 등 제국들의 흥망성쇠가 단순히 강력한 군대와 힘에 달린 게 아니었다는 역사적 교훈을 저자는 많은 분량을 할애해 전하고 있다.

반면 역사의 큰 줄기를 이해하는 데 그리 중요하지 않은 사건들은 과감히 쳐냈다. 대신 고대 도시국가들의 생활상, 문화 현상에 확대경을 들이댄다. 이집트 파라오들의 미이라가 수십 차례의 공정을 거쳐 피라미드에 안치되는 과정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고대 일곱 가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바빌론의 공중정원’이 페르시아 공주의 향수병 때문에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며 아시리아 제국에 세계 최초의 도서관이 만들어진 사연, 대중목욕탕을 만들어 사용했던 인도의 모헨조다로 사람들과 콘크리트를 처음 발명해 평평한 도로를 만든 로마인 이야기 등 흥미진진한 역사적 에피소드가 곳곳에 박혀 있다.

다분히 아이들을 위해서였겠지만,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뒷받침할 성서와 신화, 민담을 풍부하게 활용한 것은 이 책의 진가를 더욱 빛나게 한다. “~의 역사를 잠시 되돌아볼까?”처럼 구어체로 서술한 것 역시 그 때문이지만, 자신은 물론 네 아이를 모두 홈 스쿨링(Home Schooling)으로 키워냈을 만큼 방대한 지식과 언어 구사력을 지닌 저자가 바로 곁에서 이야기하듯 생생하고 자상하게 들려주는 ‘세계사 강의’에 매료되지 않을 어른도 드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