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부장 안대희·安大熙)는 20일 이인제(李仁濟) 자민련 총재권한대행이 지난 대선 직전 한나라당측으로부터 2억5000만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를 포착, 내주 초 소환 조사키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이인제 의원에게 전달하라고 한나라당 측이 준 5억원 중 2억5000만원을 중간에 가로챈 혐의로 이 의원의 전 공보특보 김윤수씨를 구속 수감했다.
검찰은 이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해 자민련에 입당한 직후인 재작년 12월 초 이회창 후보 특보였던 이병기씨가 서울 강남 R호텔 지하주차장에서 김씨에게 현금 2억5000만원씩 담긴 사과상자 2개를 건넸으며, 김씨는 그중 한 상자만 이 의원의 부인 김은숙씨에게 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김은숙씨에게 “이병기씨가 고문님(이인제 의원)이 필요할 때 쓰라고 보내왔다”고 말했으며 이틀 뒤 이 의원을 R호텔 레스토랑에서 만나 돈 전달 사실을 확인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또 이병기씨가 당시 김영일 사무총장과 상의한 뒤 김윤수씨에게 “돈을 마련해 이 의원에게 줄테니 이회창 후보의 지원유세를 부탁하라”며 5억원을 제공했다는 당사자 3명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또 2002년 11월말 “한나라당에 이인제 의원의 입당을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교통정리 할테니 이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면 한나라당 입당을 권유하라”고 부탁했다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한나라당측이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행 외에도 또 다른 거물급 정치인에게 이 같은 방식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를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 대행은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 돈을 한푼도 안 받았고 김윤수 전 특보는 물론 누구로부터도 한나라당 돈을 가져 왔다는 말을 지금까지 들어본 일이 없다”며 “노무현 정권이 벌이는 치졸한 정치 보복에 맞서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병기씨는 “당 선대본부장이 주는 돈을 이 의원측에 전달했다”고 시인하고 “그 돈은 불법 대선자금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이 이날 소환에 불응함에 따라 신동인 롯데쇼핑 사장과 김병일 호텔롯데 사장을 소환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