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드 딘

작년까지만 해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전의 선두 주자였던 하워드 딘(Dean) 전 버몬트주 주지사가 예비선거 개막 한 달 만에 백악관을 향한 꿈을 접었다.

딘은 18일 버몬트주 벌링턴에서 “나는 더 이상 경선후보가 아니다”면서, 차분하게 준비해온 연설문을 읽어나갔다. ‘딘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원고에만 의존해 연설했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그의 인기 원천이자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기도 했던 즉흥성과 열렬함은 사라진 상태였다.

딘의 흥망은 미국 선거역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극적인 한편의 드라마였다. 버몬트라는 작은 주의 무명 주지사 출신이었던 딘은 인터넷을 이용한 혁신적인 선거운동과 확고한 반전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미국의 변화’를 주도할 새 인물로 떠올랐다. 그는 “워싱턴의 특정이익집단의 볼모가 된 ‘구(舊)정치인’을 타파하고, 미국을 보통사람들에게 되돌려주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풀뿌리 민주주의와 젊은 층, 인터넷이라는 ‘정치적 신기술’과 참신함이 모두 딘의 편에 선 것 같았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60만명의 지지자를 동원했고, 소액기부자들로부터 5000만달러의 선거자금을 모으는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막상 예비선거가 시작되자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딘 열풍은 인터넷 거품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선거전략은 좋았으나 인물이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딘이 유세과정에서 말 실수를 하고 변명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유권자들의 신뢰도 약해지기 시작했다.

첫 예선전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3위에 그친 후 절규하듯 악을 썼던 연설은 그의 이미지를 엉망으로 구겼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인터넷과 젊은 세대, 유권자들을 흥분시키는 능력만 가지고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는 회의론이 등장했다.

예비선거와 당원대회가 열린 17개주 중 어느 한 주도 그에게 1위의 지지율을 선사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예비선거가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경선포기를 선언했다.

( 워싱턴=강인선특파원 insu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