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공안기능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튼튼한 유리벽’ 역할이 아닐까요?” 검찰 내 금녀(禁女) 부서였던 서울 중앙지검 공안부 첫 여성검사인 서인선(徐仁善·30) 검사. 앳된 얼굴이라서인지 그 엄하다는 공안검사라는 인상을 찾기 어렵지만, 공안에 대한 그의 시각은 원숙한 느낌을 준다. 대규모 도심 집회·시위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지난 6개월이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오전 8시에 출근해 집회·시위 일정부터 꼼꼼하게 챙깁니다. 실시간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돌발사태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잠시도 숨돌릴 틈이 없더군요.”

서울 출신으로 한국외국어대 법학과를 졸업한 서 검사는 지난 99년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공안부에 오기 전 1년6개월 동안은 소년부에서 스토킹, 청소년 성매매 등 여성관련 범죄를 맡았다. 서영제(徐永濟) 서울지검장이 ‘부드러운 공안’을 위해 그를 공안부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는 ‘직무수행이 곧 사회봉사’가 될 수 있으니까 뭘 맡더라도 좋아요. 검사 임관 후 ‘생각하는 인간으로 행동하고, 행동하는 인간으로 생각하라’는 문구를 항상 마음에 새겨두고 있습니다.”

집회·시회가 집중되는 토요일 오후 텅 빈 청사에서 시시각각 넘어오는 상황보고를 받고 대응 방안을 지시하면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이었다”고 새삼 느낀다고 한다.

일복도 따랐는지 이라크 파병반대, FTA 비준반대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끊이지 않았다. 덕분에 노조에 대한 손배·가압류 철폐를 외쳤던 노동자대회, 농민운동가 이경해씨의 자살로 더욱 격화됐던 농민대회와 1년6개월간 계속됐던 상도동 재개발지역 내 세입자농성 등 큰 사건을 접하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대학 때 만난 동갑내기 친구와 10년 연애 끝에 이달 초 결혼했는데, 부군 이진혁(李進革)씨는 지난해 사법시험에 합격해 오는 3월 사법연수원에 들어가는 예비 법조인이다.

서 검사는 긴장된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 영화감상과 피아노 연주를 즐긴다. 미국 배우인 케빈 스페이시가 출연하는 영화는 빼놓지 않고 봤고,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원령공주’ 등은 DVD까지 사놓았다고. “예술적 관심은 문화방송 미술감독을 역임한 아버지 서정남씨의 피를, 검사 기질은 지방경찰청장을 지낸 큰아버지의 영향인지 모르겠네요.”

다양한 사회단체가 자기이익을 주장하고 관철하는 과정에서 합법적인 집회·시위는 보장하고 불법적인 집회·시위는 막아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방어막’이 되는 것이 공안의 역할이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공안검사의 역할도 그만큼 달라졌고, 여검사가 공안부서 등에서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최근 인사이동으로 그는 서울중앙지검 공안부를 떠나 오는 25일부터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서 근무하게 됐다. 자리를 옮기지만 공안에 대한 신념과 열정은 여전하다.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꼭 공안부로 돌아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