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래퍼 MC 스나이퍼(25)가 일본의 세계적 뮤지션 류이치 사카모토(54)의 새 음반에 참여, 우리말 랩을 선보였다. 두 사람의 공동작업은 일본 대중음악 국내 개방 시점과 맞물려 양국에서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MC 스나이퍼와 사카모토의 인연은 작년 2집 ‘초행’을 내놓은 스나이퍼가 ‘베이비 돈트 크라이(Baby, Don’t Cry)’란 곡에 사카모토의 곡 ‘더 셸터링 스카이(The Sheltering Sky)’를 샘플링해 넣으면서부터. 이때 자신의 곡 사용을 승낙한 사카모토는 스나이퍼의 음반을 들어본 뒤 “아주 솔직하고 힘있게 표현한 곡”이라며 “내가 새로 내놓을 싱글 ‘언더쿨드(Undercooled)’에 랩을 해달라”고 직접 이메일을 보내왔다.
“작년 11월쯤 연락을 받았는데, 이라크전에 관한 가사를 쓰고 한국말로 랩을 해달라는 내용이었어요. ‘귀하의 랩이 제 노래에 쓰여서 제 프로젝트가 성공하게 해주십시오’라고 정중하게 부탁했습니다.” 공격적인 랩에 국악을 절묘하게 접합한 음악으로 인정받고 있는 스나이퍼는 “사카모토 같은 뮤지션의 작업에 참여하는 것도 의미가 컸고, 일본에서 한국말 랩을 한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건반 위의 게릴라’라고 불리는 사카모토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 음악을 맡아 아카데미와 그래미상을 받으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그는 뉴욕에 살면서 피아노와 턴테이블, 다양한 효과음을 섞어 실험적인 사운드를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자신의 음악에 랩을 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노래가 담긴 그의 정규 음반 ‘언더쿨드’는 3월 초 한국 발매된다.
이번 합작을 계기로 스나이퍼는 자신의 기존 음반과 3월 출시할 새 음반까지 일본에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일본 언론들도 “사카모토가 선택한 한국 래퍼가 대체 누구냐?”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두 사람은 지난 15일 일본 후지TV 쇼 프로그램에 나가 라이브 연주를 하는가 하면, 23일엔 TBS 밤 11시 뉴스인 ‘뉴스 23’에서도 공연이 예정돼 있다.
두 사람과 일본 프로모션을 동행한 포니캐년 코리아 이자묵 사장은 “사카모토가 스나이퍼의 랩 공연을 본 뒤, ‘가사는 알아들을 수 없지만 열정적인 자세가 감동적’이라며 감탄했다”면서 “두 사람이 앞으로 정규 음반도 함께 내고 한국에서도 공연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나눴다”고 전했다.
(한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