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학자 김병주(金秉柱) 서강대 교수가 이달 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최근 1000여명 교수들의 경제살리기 서명운동을 주도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있다. 평소 소탈한 모습과 달리 김 교수는 지난 20여년 동안 뚝심있게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꾸짖어온 학계의 ‘미스터 쓴소리’였다.
그동안 금융산업발전위원회 위원장과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등 비중 있는 직책을 맡아, 한국은행법 개정 등 주요한 금융 개혁 때마다 큰 영향을 미친 김 교수는 최근 경제·경영학 교수들과 함께 정부에 경제살리기에 앞장설 것을 촉구한 시국선언을 대표로 낭독한 것이다.
“사실 제가 주도한 것도 아닌데, 고생한 소장파 교수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습니다.”
최근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묻자 김 교수는 “총선을 앞두고 ‘립 서비스’만 하면 곤란하죠. 성장 잠재력은 갈수록 떨어지는데,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 합니다. 올해도 고용 없는 성장이 나아지기 어려울 것 같군요.”
김 교수는 “지금처럼 기업들이 각종 규제와 강성 노조에 둘러싸여 자기 마음대로 경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가 수조원씩 투자를 하겠느냐”면서 “경제에 대해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가 꼽는 한국 경제의 최대 골칫거리는 무엇일까. 그는 두말없이 ‘불확실한 정치’를 꼽았다.
특히 김 교수는 신용불량자 문제와 관련, “정부가 표를 얻기 위해 추가적인 신용불량자 구제책을 계속 내놓아서는 안 된다”며 “이런 정책들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의 인위적인 환율 방어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정부가 외환위기 이전으로 돌아갔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현재 상황은 정부가 억지로 물꼬를 막아놓고 있는 꼴”이라며 “계속 개입 강도를 높이면 외환위기 때처럼 한 번에 붕괴되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 말 정년 퇴임 후 ‘제2의 인생’ 준비로 더 분주하다는 그는 평생 기고한 신문 칼럼 등을 모아 출간할 책 준비에 여념이 없다. “30여년 동안 학교에 얽매여서 경제학 외에 다른 분야는 자유롭게 연구하지 못했어요. 이젠 역사·철학을 아우르는 국가의 장기적인 과제들을 연구해 보고 싶습니다.”
김 교수는 “앞으로 1년 동안 한국개발연구원(KDI) 대학원에서 특별 강사로 ‘금융기초이론’을 가르칠 계획”이라며 “뜻이 맞는 다양한 분야의 원로 교수들과 폭넓게 국가 정책을 논의하는 모임도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대외 여건이 좋아져서 올해는 5%대의 경제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지만, 그것으로는 중국과 일본을 앞서기에 크게 부족합니다. 지금 경제의 체력을 갖추지 않으면 후손에 큰 죄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