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치는 대통령 SBS 오전 1시45분

인기 만점의 대한민국 대통령(안성기 분)과 ‘이유 없는 반항’을 일삼는 대통령의 딸(임수정), 그리고 선의의 트러블메이커인 그 딸의 담임 선생님(최지우). 그런데 그 선생과 대통령이 딸의 문제로 만나 사랑에 빠진다. 미국 영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황당무계한 이야기라고?

그래서일까. 여러 모로 ‘튀는’ 이 로맨틱 코미디는 흥행적으로나 비평적으로 시쳇말로 죽을 쒔다. 출연진도 빵빵하고,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의 감독 곽재용이 각색을 맡았으며, 조오련 강성범 황현정 구성주 등 화려한 카메오들이 대거 동원되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개봉으로부터 1년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이 시점, 영화가 새삼 흥미롭게 다가선다. 그 사이 세 주연진이 그야말로 완전히 떴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안성기는 ‘실미도’로, 임수정은 ‘장화, 홍련’으로, 최지우는 인기 TV 드라마 ‘천국의 계단’으로. 영화적 수준은 다 제쳐두고라도 이만하면 영화가 제법 혹할 만하지 않을까. 감독 전만배. 2002년. 약 95분. ★★☆(5개 만점)


막차로 온 손님들 EBS 밤 11시

유현목 감독 회고전 제3탄. 홍성원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시한부 인생 동민(이순재 분)을 비롯한 다양한 인간군상을 통해 삶과 죽음의 근원적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특이한 멜로물이다. 플롯, 연기, 성격화, 화면구도 등 여러모로 주목할 만하다. 이순재도 그렇지만 특히 문희, 남정임, 안인숙 등 과거 날렸던 여자 스타들의 모습이 남다른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1967년. 약 104분. ★★★☆


사랑의 종말 EBS 오후 2시

‘크라잉 게임’의 명장 닐 조던이 리메이크한 ‘애수-사랑의 슬픔’(1999)의 오리지널 영화다. 2차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시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고전적 불륜 드라마다. 그런 부류의 불륜담이 워낙 흔해져서 진부할 수도 있겠지만, 데보라 커, 벤 존슨 등 왕년의 할리우드 스타들을 지켜보는 맛만은 여전히 진할 듯하다. 감독 에드워드 드미트릭. 원제 The End of Affair. 1955년. ★★★

전찬일(영화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