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회가 이라크 파병안 처리를 다시 지연시키고 있는 데 대해 미국의 부시행정부가 느끼는 실망의 정도가 점점 커지는 동시에,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미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불거지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주둔 미군 교체 시기 등을 감안, 가능한 조기 파병을 한국에 거듭 요구해 왔다. 한국이 내세운 4월 파병안도 늦다고 생각해온 미국으로서는 파병이 이보다 더 지연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자, 미 국방부 실무자들이 공사석에서 한국에 대해 상당히 서운한 심정을 드러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미국 인사들은 한국에 대해 더 이상 파병문제를 왈가왈부 하지 않겠다는 태도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든 플레이크(Flake) 맨스필드태평양센터 소장은 “미국은 한·미동맹과 이라크전에 대한 한국 정치권의 이해와 지지 부족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면서 “이라크에서 미국이 성공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한국의 이익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을 한국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플레이크 소장은 “이라크 파병 지연은 한·미 간에 앞으로 감정의 골이 갈수록 깊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우려했다.

래리 닉시(Niksch) 미 의회조사국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정치권, 특히 열린우리당은 이라크 파병에 비우호적인 한국 내 여론을 의식, 총선을 2개월 앞두고 이 문제를 정치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닉시 연구원은 “이번 총선에서도 이라크 파병 문제를 포함한 한·미 동맹 문제가 지난 대통령 선거에 이어 다시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