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체험이 단조롭다뇨? 얼마나 다채로운데요.”
60가구가 모여 사는 여주군 금사면 상호리가 평범한 마을에서 농촌체험마을로 변신한지 올해로 6년째다. 처음에는 5가구가 뜻을 모아 시작한 일이지만, 지금은 참여농가가 15가구로 늘었다. 마을은 한해 1만5000여명의 도시사람들이 찾을 만큼 알려졌다. 비결은 간단했다. 상호리 한 곳에서 체험·놀이·숙식 등 농촌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고정관념을 버린 것이다.
마을의 대표농가인 권혁진(權赫鎭·62)씨 가족이 고향인 이 곳에 다시 정착하게 된 것은 1993년. 변화를 두려워하던 동네 사람들을 설득해 마을을 꾸민 뒤, 1999년 농협중앙회로부터 ‘팜스테이 마을’로 선정됐다. 2001년에는 농림부가 ‘녹색농촌마을’로 지정했다. 하지만 관(官)의 지정을 받는 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마을은 체험 프로그램에 승부를 걸었다.
상호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봄이면 농토가 별로 없는 마을의 주작물인 표고버섯 농장을 구경하고, 산나물을 캔다. 여름엔 동네 뒷산과 공동묘지에 담력을 키우는 훈련코스를 마련해 두었고, 가을에는 콩서리를 하게 했다. 산에 가면 보리수·산수유·꽃사과·도토리·밤 등 따먹을 수 있는 열매가 철마다 지천이다. 겨울에는 동네에서 인절미와 손두부를 만들어 먹는다. 하지만 도시사람들은 한 마을에만 머물며 농촌을 겪는 것을 단조롭다고 생각했다.
인근 마을의 도움을 얻어 체험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갔다. 마을 반경 10km 안팎에는 많은 것들이 있었다. 여름밤에는 도시사람들을 남한강 밤낚시로 안내하고, 겨울에는 꽁꽁 언 장흥저수지의 빙어낚시를 추천한다. 외평리 참외, 금사리 고구마, 보통리의 땅콩과 도곡리의 허브농원도 프로그램에 포함시켰다. 겨울에는 인근 골프장 안에 눈썰매장이 있다는 것을 손님들에게 알렸다.
도시사람들이 직접 찾는 상호리 인근 마을들도 함께 이득을 봤다. 찾아간 밭에서 수확체험을 하고, 즉석 직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권씨는 “상호리 인근 마을이 하나의 네트워크가 되고, 상호리는 농촌체험프로그램과 숙박의 거점이 되고 있는 셈”이라며 “상호리 체험마을에 참가하는 가구의 농가외 소득이 1년에 800만원 가량 된다”고 했다.
마을의 모습은 1년이 다르게 바뀐다. 농림부로부터 지원받은 2억원을 털어 문화유산해설장, 야외무대, 도자기가마, 정자, 탁구장, 놀이터를 마련하고 산책로를 정비했다. 마을을 찾은 도시 아이들이 밤이면 쏟아지는 별을 보기 위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별자리 보는 도구를 가지고 온다는 것에 착안해 3000만원을 들여 자그마한 천문대도 만들어 두었다.
물론 지원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에 대해 동네 사람들의 의견이 갈라지기도 했다. 동네 사람들을 위해 쓰여지는 돈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마을을 가꾸는 돈은 현지인이 아닌 외지인(外地人)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는 원칙으로 마을을 꾸몄다. 앞으로는 게이트볼장과 베이비골프코스를 만들고, 등산로까지 정비해 볼 생각이다.
지난 5일 마을은 ‘정보화마을’로 지정돼 집집마다 컴퓨터가 들어오게 됐다. 마을을 찾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직거래를 넘어 사이버거래를 할 수 있는 길도 열린 것. 권씨는 “자연환경이 수려하다고 해서 체험마을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며 “어떻게 하면 손님을 무료하지 않게 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