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측이 은닉해 둔 1300억원’의 증거라고 제시한 양도성예금증서(CD) 사본이 하루도 지나지 않아 가짜로 밝혀졌다.
홍 의원은 6일에도 “1300억이란 계좌는 실존하지 않느냐”며 돈의 출처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지만, 결정적 증거라는 CD사본이 위조로 판명난 이상 그의 주장 전체에 대한 신빙성은 크게 낮아졌다. 실제 100억원짜리 CD들을 사 간 이가 기관투자가라면 괴자금일 가능성도 사실상 없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말이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홍 의원은 마땅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나와야 한다. 홍 의원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정권이 무너질 일이다. 따라서 그만큼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했고, 사실이 아닐 경우의 책임도 각오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그는 입수한 CD 사본을 발행은행측에 제시하고 물어보는 가장 초보적 확인절차도 거치지 않았던 것이다. 작년 10월 가짜라고 경찰에 신고까지 된 것을 들고 나와 흔들었으니 무슨 말을 할 것인가. 강력부 검사였다는 그의 경력으로 봐서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홍 의원이나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주장에 확신이 없다면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는 것이 옳다. 정부와 관계 금융기관도 근거없는 의혹 확산을 막기 위해 이 돈의 출처와 성격에 대해 보다 명확한 설명을 해야 한다.
야당 의원이 권력을 감시하는 데 있어서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의 한계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또 ‘4000억원 대북송금’ ‘전두환·노태우 비자금’처럼 야당 의원의 폭로가 결국 사실로 밝혀지고 역사를 바꾸었던 사례들이 있었다.
하지만 최소한의 검증도 거치지 않은 이런 식의 폭로는 면책특권의 남용에 해당할 뿐이다. 갈수록 저질화되고 수준 낮은 폭로전이 되풀이되는 게 면책특권 때문이라면 불체포 특권과 마찬가지로 그것을 제한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