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핵개발의 주역이었던 압둘 카디르 칸(69) 박사가 지난 15년간 북한, 리비아, 이란 등에 핵기술을 제공한 사실을 시인한 이후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 참에 국제 핵무기 암시장의 전모를 밝혀뿌리 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파키스탄 이외에 독일, 일본 등 최소 7개국에 암거래 시장이 있다고 보고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핵기술 유출 내용
칸 박사 일행은 1989년 이후 3개국 등에 우라늄 농축 기술과 원심분리기 도면, 부품 등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국 인사들과는 카사블랑카, 이스탄불, 모로코, 콸라룸푸르 등지에서 만나 물품과 기술을 전수하고, 애프터서비스까지 했다.
그 대가로 칸 박사는 수백만달러를 받았으며 개인적인 편의제공도 받았다. 이 과정에 국가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추적조사
미국과 서방 정보기관은 파키스탄이 같은 이슬람국가와 북한 등으로 핵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주목해왔다. 작년 2월 미국은 이란 내 우라늄 농축시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파키스탄측으로부터 기술과 부품을 지원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대량살상무기 포기를 결정하고 미·영 정보기관의 조사에 응하던 리비아로부터도 비슷한 진술이 나왔다.
미국은 작년 11월 의혹이 있는 파키스탄 과학자들의 명단을 파키스탄 정부에 통보했다. 이후 파키스탄 당국은 칸 연구소의 과학자와 직원, 전직 장성 등 20여명을 조사한 뒤, 일부 핵과학자들이 ‘개인적으로’ 핵기술을 국외에 유출시켰다고 밝혔다. 2월 4일 칸 박사는 핵기술 유출 사실을 공개 시인하고,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사면을 요청했다.
◆ 칸 박사는 누구
‘파키스탄 핵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국민적 영웅으로 존경받아온 인물이다. 카라치 대학을 졸업한 후 서독과 벨기에에서 유학했으며 1970년대 중반까지 네덜란드의 위렌코사에서 일하며 농축 우라늄 기술을 습득했다.
1976년 귀국해서는 ‘칸 연구소’를 설립해 파키스탄의 국가적 과제인 핵무기 개발에 전력을 쏟았다. 군사 쿠데타 등으로 정권이 수차례 교체되었지만 핵 프로젝트는 그의 지휘하에 계속돼 1998년 파키스탄은 핵클럽에 가입할 수 있었다.
그는 핵기술 유출 파문이 일자 “핵보유국이 늘어나는 것이 서방국가들의 파키스탄에 대한 관심을 돌리게 하고 무슬림의 대의를 도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향후 논란과 파장
파키스탄은 칸 박사의 개인 비리로 핵기술 유출 파문을 수습하려 하고 있다. 또 군부와 야당세력 등의 반발을 의식, 고위장성들의 혐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 미국측은 칸 박사에 대한 사면조치를 “내정문제”라고 모른 체 하고 있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은 이번 조사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며 무샤라프를 규탄하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파키스탄의 축소처리 방침을 비판하며 추가조사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