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영 부산시장은 왜 죽음을 택했을까. 안 시장은 구치소 등에 유서처럼 보이는 문건들을 몇점 남겼으나 직접적인 죽음의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이 없어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 “수감 생활의 고통과 새로운 사건 노출에 대한 심적 부담 컸다”
안 시장 주변 인사들은 안 시장이 죽음을 선택한 이유가 작년 8월 대검 중수부 조사 후 투신 자살한 정몽헌(鄭夢憲) 전 현대그룹 회장의 자살 추정 이유와 비슷할 것이라고 말한다. 측근들은 “안 시장이 작년 10월 검찰에 구속된 직후에는 분통을 터뜨리며 재판에서 꼭 이기겠다고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의욕이 떨어지고 건강도 악화되면서 점점 의지가 약해졌다”고 말한다.
실제 한나라당 진상조사단이 열람한 안 시장의 최근 한 달치 접견록에 따르면 “정신이 혼미하다…버티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확인됐다. 1심 선고일이었던 지난달 19일에는 경미한 뇌졸중 증세와 실어증까지 나타나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마지막 접견 기록이 남아있는 지난 3일에는 “기력을 회복해야 하는데, 빨리 나갈 것 같지 않다”는 절박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40년 공직생활의 결말이 수감 생활로 끝나는 데 대한 수치심과 모멸감이 겹친 데다 건강까지 악화되자 죽음이란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 적지 않다.
게다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진흥기업 자금 수수 사건도 부담스러운데, 또 다시 다른 사건으로 서울로 이감돼 이중으로 수사를 받으면서 심리적 압박감이 더 심화됐을 수도 있다. 안 시장의 자살 시점이 서울구치소에서 다시 부산구치소로 옮긴 바로 그날 밤이었다는 점도, 이같은 추측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안 시장은 작년 10월 16일 진흥기업 박모(73)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던 상태에서, 최근 서울지검에서 지난 2002년 6월 부산 동성여객측으로부터 3억원 안팎을 받은 혐의가 새로 드러나 검찰의 추가 조사를 받아왔다.
하지만 일부 측근들은 안 시장이 계속 반복되는 검찰의 강압적 수사에 항의하기 위해 자살로 결백을 증명하려 한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도주 우려가 없는 현직 야당시장을 구속하고 보석신청도 허락하지 않고 구속해 놓고, 안 시장이 무죄를 주장하자 새로운 혐의사실을 들춰내 추가 수사로 압박해오자 분노와 절망감으로 마지막 선택을 했을 것이란 주장을 하고 있다.
◆ 야당 "죽음의 배경에 정치적 이유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안상영 부산시장의 자살을 “권력에 의한 살인”이라고 규정했다. 안 시장이 여러 차례 최 대표 등에게 “노무현 대통령이 여러번 ‘같이 일하자’고 했는데 이를 거절했더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 한나라당측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이번 총선에서 부산·경남 등 영남권 공략의 일환으로, 최근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김혁규 전 경남지사와 안 시장 등을 영입하려 했고, 그 선택에 따라 두 사람의 운명이 극명하게 갈린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 출신 권철현 의원은 “작년 10월 부산에 안 시장이 탈당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퍼질 만큼 노무현 정권이 안 시장에게 엄청난 압박을 가했다”며 “그런 상황에서도 안 시장이 꼿꼿이 버티자 작년 10월 스위스 국제회의에 갔다오자마자 구속시켰다”고 말했다.
원래 구속된 진흥기업 수뢰건이 법원에서 뒤집어질 위험이 있자 부산 동성여객 수뢰 사건을 새로 들고 나와 안 시장을 압박, 결국 안 시장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것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이다.
설 연휴 때인 지난달 24일 부산구치소에서 안 시장을 직접 면회했던 최병렬 대표는 이날 부산의 안 시장 상가에서 “노 대통령이 부산에 올 때마다 ‘도와달라. 같이 손을 잡자’는 말을 했다고 한다.
안 시장은 부산시장으로서 대통령이 하는 일을 돕겠다는 식으로 거절했는데, 그때마다 안 시장은 ‘도저히 못견디겠다. 죽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안 시장이 검찰수사 정도를 못견뎌서 자살할 사람이 아니다”며 “정권이 정치적 목적 때문에 시장을 무리하게 다루다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안 시장이 견딜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