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11시 서울 금호터널 앞. 강남 쪽으로 길게 늘어선 차량들 옆 안전지대에 ‘연료첨가제, LP파워 990원’이란 광고를 부착한 소형 트럭이 서 있었다. 트럭 앞에서는 20ℓ들이 페인트통에 담긴 ‘LP파워’가 판매되고 있었다. 2일 오후 올림픽대로 한남대교 밑과 올림픽대교 직전 안전지대에도 ‘LP파워’와 ‘세녹스’를 팔고 있는 ‘이동 주유소’가 눈에 띄었다. ‘LP파워’와 ‘세녹스’는 모두 환경부가 제시한 연료첨가제 기준을 충족시킨 제품. 그러나 산업자원부는 세녹스나 LP파워가 사실상 휘발유와 같이 사용되고 있다며 유사휘발유로 규정했고, 1ℓ들이로만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일부 판매업자들은 여전히 판매 규격을 무시한 채 페인트통에 제품을 싣고 다니면서 지방의 국도변 등에서 음성적으로 판매하다가 이젠 서울에까지 진출한 것이다.
특히 일부 업자들은 연료첨가제의 인기가 높아지자 톨루엔과 솔벤트, 메틸알코올을 적당히 섞은 가짜 휘발유를 연료첨가제인 양 속여 팔다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전모씨 등 12명은 대전시 유성구에 있는 비닐하우스에 가짜 휘발유 제조시설을 만들어놓고 1월 한 달 동안 5억1000만원어치의 가짜 휘발유를 ℓ당 900원에 팔다 적발됐다. 경기 시흥에서는 김모씨 등 10여명이 ○○유통을 만들어 역시 가짜 휘발유 7억원어치를 제조하다 구속됐다. 경기 김포에서는 슈퍼카렉스란 유사휘발유를 만들던 업자가 구속되기도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검거된 가짜 휘발유 단속건수는 모두 5897건으로 이 중 246명이 구속됐고, 6888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지방에서 주로 유통되던 유사휘발유들이 점점 수도권으로 ‘상륙’하면서 서울시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는 세녹스 등 유사휘발유를 주택가와 도로변에서 불법 저장해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 2월 한 달 동안 일제 단속을 벌일 계획이다.
한편 일부 주유소들은 값싼 수입 석유를 국내 석유제품으로 속여 팔다 공정거래위에 무더기 적발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는 최근 공급자 표시를 허위로 한 충북의 D주유소 등 전국 138개 주유소를 적발,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측은 “수입 제품을 섞어 팔 경우 이를 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사휘발유 등의 범람으로 정품 휘발유 소비는 대폭 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석유협회는 2일 작년 1월에서 11월까지 국내 휘발유 소비량은 5548만배럴로 전년에 비해 5% 정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경유 소비량이 7.7%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정품 휘발유 소비량이 준 것은 주로 가짜 휘발유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라며 “작년 한 해 가짜 휘발유의 시장점유율은 7~8%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수치는 석유 수입업체들의 시장점유율과 유사한 정도고, 세금을 추징할 경우 7000억원이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