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 선생이 ‘님의 침묵’을 탈고했던 종로구 계동의 ‘ㄷ’자형 한옥은 일제 시대 일반 민가의 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역사 인물의 흔적이 남겨진 건축물의 보존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독립운동가 한용운(韓龍雲·1879~1944) 선생 등 근대인물 6명의 흔적이 보존된 고택(古宅)을 서울시 지정문화재로 지정키로 했다.

서울시는 2일 “1900~1945년 사이에 서울에 지어진 후 지금까지 남아 있는 3800여곳의 근대 건축물 중 700곳에 대해 유산 목록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역사·문화 인물과 관련된 건축물을 19곳으로 압축했고, 한용운 선생 등이 거주했던 건축물 6곳을 서울시 지정문화재로 최종 지정키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지정문화재 지정이 추진되고 있는 건축물은 강력한 규제와 보호로 외관 등 형태를 영구적으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 6곳이며, 문화재로 지정되면 재건축이 불가능하고 개·보수 등에도 각종 규제가 가해진다.

교육자 겸 독립운동가 현상윤(玄相允·1983~?) 선생이 살았던 종로구 가회동 1-192 한옥은 돌 축대 위에 지어진 한옥의 곡선이 부드럽게 살아난 건축물로, 1930~40년대 도시 한옥의 형태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인 겸 독립운동가 한용운 선생이 15년 동안 살았던 벽돌벽과 전통 지붕 모양의 종로구 계동 43 한옥은 조선 말기에서 일제 강점기 사이에 지어진 일반 민가의 전형적인 형태를 간직하고 있다.

1929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동양화가 이상범(李象範·1897~1972) 선생의 한옥 자택, 선생이 후진 양성을 위해 1933년 자택 옆에 만들었던 청전화숙(靑田畵塾)은 자그마한 전통 정원을 배경으로 옛날 모습을 변함없이 간직하고 있다.

‘목마(木馬)와 숙녀’ 등의 시(詩)로 유명한 시인 박인환(朴寅煥·1926~1956) 선생이 열한 살 어린 나이에 고향 강원도를 떠나 보금자리를 틀었던 종로구 원서동 134-8 한옥은 일본식 가옥과 어우러져 당시 건축물의 변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고고미술학자 겸 미술평론가 최순우(崔淳雨·1916~1984) 선생이 살았던 성북구 성북2동 126-20 한옥은 조선 말 선비 가옥의 분위기가 그대로 간직돼 있다. 집안 곳곳에 남아 있는 작품들과 선생의 안목으로 가꿔진 정원은 고아한 느낌을 더해준다.

조각가 권진규(權鎭圭·1922~1973) 선생이 ‘인생은 공(空). 파멸(破滅)…’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파란만장했던 애술가로서의 삶을 마감했던 성북구 동선동 3가 251-13 개량한옥에는 고인의 작업실이 작품과 함께 잘 보존돼 있다.

이들 건축물은 30일간 예고·공고 등을 거쳐 시 문화재로 지정·보존된다. 서울시는 19개 대상 건축물 중 시 지정문화재로 선정되지 않은 13곳은 문화재청에 등록문화재로 등록을 신청하고, 등록이 안 될 경우에는 시민들도 함께 동참할 수 있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과 연계해 매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