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4 애니콜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펼쳐진 1일 잠실실내체육관.

본경기에 앞서 치러진 슬램덩크 콘테스트 예선에 참가한 KTF 퍼넬 페리는 첫 덩크가 실패하자 갑자기 벤치에 있던 오리온스의 김승현을 골밑에 세웠다. 그를 뛰어넘어 덩크슛을 성공시키겠다는 의도.

실패하면 다칠 수도 있는 김승현은 골밑에서 고개를 숙인 채 안절부절못했다. 서둘러 달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재촉에도 여유를 부리던 페리는 갑자기 스퍼트를 시작, 김승현을 껑충 뛰어넘어 호쾌한 덩크슛으로 림을 뒤흔들었다.

‘설마’ 하던 팬들의 입에서 환호성이 절로 튀어나왔다. 올스타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진기명기였다. 1만2995명이 입장해 지난해 세워졌던 최다 관중 기록(1만2725명)을 갈아치운 프로농구 올스타전은 팬 서비스와 본경기 모두 흥미만점이었다.

본요리에 앞선 ‘전채요리’의 백미인 덩크슛 왕의 주인공은 정작 페리가 아닌 알렉스 칼카모(SBS). 바셋·민렌드(이상 KCC) 글로버(SBS) 레이저(오리온스) 등을 나란히 꿇어앉힌 뒤 자유투 라인 근처에서 건너뛰어 원핸드 덩크슛을 작렬시켰다. 처음으로 도입된 국내 덩크왕의 명예는 외국선수 버금가는 탄력을 선보인 전병석(SBS)이 가져갔다.

상큼한 전채요리로 잔뜩 입맛이 돋워진 팬들 앞엔 남부(KCC·오리온스·LG·모비스·KTF)와 중부(삼성·SBS·SK·전자랜드·TG삼보) 올스타들의 맞대결이 주 요리로 차려졌다.

이상민(KCC)과 김승현(오리온스) 등 어시스트 귀재들의 콤비플레이를 앞세운 남부가 기선을 잡자 중부가 문경은·화이트(전자랜드)·주희정(삼성)의 외곽포로 맞장구를 치면서 경기는 시종일관 엎치락뒤치락.

종료 5분여 전 116―106으로 앞선 남부 민렌드(34점 13리바운드)의 MVP 수상이 유력해질 즈음, 중부의 고참 문경은이 마지막 힘을 다했다. 연달아 3개의 3점슛과 팀동료 제이슨 윌리엄스의 3점 플레이를 어시스트하며 맹추격을 이끈 문경은은 121―121이던 종료 2분1초 전 3점포, 1분26초 전 레이업슛으로 126―121을 만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중부가 126대125, 1점차로 승리한 이 올스타전에서 문경은은 3점슛 8개로 올스타전 최다 타이기록을 세우는 등 34점을 올렸다. 유효 투표 64표 중 35표를 얻어 국내선수로선 6년(97~98시즌·강동희) 만에 MVP 영광을 차지한 문경은은 “그동안 프로에서 큰 상을 못 받았는데 후배들이 밀어준 덕분에 MVP상을 받아 기쁨이 두 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