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청원 전 대표가 26일 밤 검찰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의 정치운명이 풍전등화이다. 한화그룹으로부터 10억원의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28일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돼 있고, 그 결과에 따라 23년에 걸친 정치 역정의 모든 것이 좌우된다.

서 전 대표는 서울 동작에서만 5선을 한 잘 나가던 정치인이었다. 38세인 지난 81년 11대 총선에 승리, 국회에 들어갔고 12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나면서 13대부터 내리 4번 연속 당선됐다. 또 정무장관과 원내총무, 사무총장, 당 대표 등 정부와 당의 주요 직책을 두루 섭렵했다. 그를 아는 의원들은 여야를 떠나 한결같이 그의 넉넉한 성품과 친화력을 정치적 성장의 동력으로 꼽아왔다.

서 전 대표의 지위는 당 대표이자 선대위원장으로 나섰던 2002년 대선에서 패하고, 그로부터 7개월여 뒤에 치러진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서 현 최병렬 대표에게 져 당권마저 내놓으면서 급격히 바뀌었다.

집권을 눈앞에 둔 거대 야당의 대표에서, 패배한 야당의 비주류로 전락한 것이다. 그 이후 그는 당내 주류와의 투쟁 와중에서 “호랑이를 잡기 위해서는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을 곧잘 하곤 했다. 이는 자신의 정치적 대부라고 할 수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즐겨 쓰던 말이다.

서 전 대표는 그러나 지금은 대선자금 수사라는 또 다른 태풍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서 의원은 검찰의 출두 요구를 받자, “패장이 겪는 고초 아니냐”며 변호인조차 선임하지 않은 채 소환일보다 하루 먼저 26일 검찰에 가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서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