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수렵철을 맞아 불법 밀렵이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고라니 한 마리가 억센 올무에 걸려 벗어나려고 피를 흘리며 고통받는 장면은 너무나 끔찍하여 차마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인간으로서 도저히 할 일이 못 되는 끔찍한 살육행위였다. 이 땅을 지배하는 생명체가 아무리 인간이라고 해도 인간을 위협하지 않는 한 그 존귀한 생명들을 아무렇게나 빼앗을 권리는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야생동물 중 까치와 청설모를 제외하면 인위적으로 개체수를 조절할 만큼 과잉 번식하는 동물은 전무한 실정이다. 그 밖에 희귀 동물들도 어디 어디에 좋다는 근거없는 낭설들로 무분별하게 포획돼 멸종되는 위기에 처해 있다.
몇 십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산천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뱀, 개구리, 반딧불이, 가재, 잠자리 등은 이제 깊은 두메산골이나 박물관에서 표본으로 찾아보아야 할 실정이다. 가뜩이나 산림개발과 환경오염 등으로 먹이와 살아가는 땅이 척박해진 우리의 야생동물들은 이래저래 딱한 처지가 돼 버렸다.
이러다가 이 땅은 탐욕 많은 인간밖에 살지 않는 황량한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텃새가 아닌 제비가 이 땅에서 대접받는 것은 흥부와 놀부의 우화 속에 이롭고 신성한 철새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야생동물에 관한 잘못된 속설과 지나친 보신문화를 바로 잡아야 한다. 야생동물의 혈액이나 고기를 마구 섭취할 경우 각종 기생충이나 잠복성이 강한 바이러스에 노출돼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또한 독극물이나 덫, 올무를 제작·판매하는 것은 강력한 법으로 금지시키고 그것을 사용해 야생동물을 포획하거나 유통, 구입, 식용, 또는 밀수·반입하는 사람은 지금보다 더 강력한 법으로 단속해 나가야 한다.
얼마 전 찾았던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앞 호수에서 청둥오리와 갈매기들이 사람의 손이나 어깨에 앉아 친구처럼 어울려 지내는 것을 보면서 무척 부러웠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인간의 위협을 받아오지 않은 동물들은 이처럼 인간과 친화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산야를 평화로이 날거나 달리는 야생동물을 보려면, 동물이 사라진 황량한 땅을 만들지 않으려면 범국민적으로 야생동물을 사랑하는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박명식·46·수필가·서울 구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