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9일 대전에서 열기로 한 ‘균형발전시대 개막 선포식’에 대해 “국가균형발전 3대 특별법의 국회통과를 계기로 신국토전략 기획을 발표하고 균형발전시대의 개막을 선포하는 행사”라고 밝혔다. 물론 이걸 그대로 믿는 사람은 청와대 비서들과 열린우리당 당원들뿐일 것이다. 우리 국민도 척하면 삼천리라고 청와대의 속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앞장서 지핀 총선 열기로 나라가 제정신을 잃은 듯한 상황에서 수도 이전 예정지역인 충청권의 중심도시에 전국 16개 시·도 지사, 그리고 지방의회 의장단 등 수백명을 불러모아 벌이는 이 잔치를 누가 순수하게 받아들이겠는가.
수도 이전 문제는 처음부터 당리당략의 정치적 계산에서 시작됐고 지금도 그렇게 굴러가고 있다. 노 대통령 스스로도 “신행정수도 건설을 주제로 지난 대선에서 재미 좀 봤다”고 털어놓기까지 했다. 당초 공약과 달리 수도 이전 후보지 선정을 총선 이후로 미룬 것도 뻔히 보이는 득표 전략이다.
우리 지방자치단체들은 말이 좋아 자치단체이지 공장 부지 하나 늘리려 해도, 경제특구 하나 구상하려 해도 사사건건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이러니 전국의 시·도 지사들로서는 청와대의 대회 참석 요구에 은근한 압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시·도 지사 영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경남 지사에 이어 전북 지사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고, 다음에는 어느 지사 어느 시장이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는 추측이 퍼져가는 마당이다.
노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 ‘일자리 창출’을 올해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국민과 여론도 그 말 한번 믿어 보자고 반색했던 것이 엊그제 일이다. 그랬던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일자리와 민생을 챙겨야 할 1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각료들을 총선용으로 서슴없이 징발해 후보자리 마련해 주는 데만 온통 정신이 팔려있는 게 요즘 모습이다. 그러나 그걸로는 모자랐는지 이제는 지방경제 살리기에 몰두해야 할 시·도 지사들까지 끌어 모아 무슨 선포식을 갖겠다는데, 도대체 그 잔치가 일자리 창출이나 민생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한번 둘러보기만 해도 나라 안팎의 다급한 현안들이 쌓여 있는 게 절로 눈에 들어오는 시국이다. 북핵 위기와 대미(對美) 관계, 이라크 파병, 탈(脫)한국으로 살길 찾는 제조업, 허리 꺾인 외국인 투자, 중년 실업, 청년 실업, 이공계 기피 현상, 무너진 공교육 등 어느 문제 하나 간단한 것이 없다. 대통령이 이런 일에 총선 관심의 절반만의 열의라도 기울여 달라는 것이 국민들의 간절한 호소다. 노 대통령은 이런 국민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어루만져야 한다. 선거도 국민이 살고 나서 선거이지 국민이 죽고 나서 선거에 이긴들 그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