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래(孫永來) 전 국세청장이 26일 열린 공판에서 썬앤문그룹 감세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국세청 홍모(구속 중) 전 과장에 대한 인사청탁을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두 차례 받았다고 진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지원(朴智元)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박종이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경감을 지칭한다고 그는 말했다.
손씨는 “박 경감이 박 비서실장의 뜻이라면서 (홍 과장을) 좋은 데로 보내달라고 해 (2002년 1월) 서울청 조사국 과장으로 발령했다”고 말했다.
홍씨 인사에 박종이씨가 개입했음이 손씨의 직접 진술로 확인됨에 따라 당시 갖가지 연줄로 얽히고 설킨 정권 실세나 정치권 인사들이 그를 통로로 썬앤문 감세 청탁을 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서울지법 형사23부(재판장 김병운·金秉云)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손씨는 “박 경감이 국세청장에게 직접 인사청탁할 만큼 높은 자리는 아니지만 박 실장을 들먹인 데다 홍 과장의 동서와 박 실장이 미국에 있을 때부터 친한 특수관계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해 사실상 홍씨 인사에 박지원씨의 의중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손씨는 그런 부탁을 했는지 박지원씨에게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홍씨는 서울청 조사3과장으로 발령받은 지 4개월여 만인 재작년 4월부터 썬앤문 특별세무조사를 맡았다. 또 썬앤문 사건을 수임해 감세 로비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된 박종일 세무사는 친동생인 박종이씨를 통해 손씨를 소개받아 문병욱 썬앤문 회장과 김성래 전 부회장을 연결해 준 것으로 검찰조사에서 밝혀졌었다.
그러나 손씨는 “검찰에서 이회창 총재와 고흥길 의원으로부터도 감세청탁을 받았는지 물어봤지만, 절대 정치인으로부터 썬앤문과 관련한 청탁을 받은 일이 없다”며 외부 청탁과 본인의 감세 개입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