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명의 경찰·철거반원들을 상대로 화염병과 새총, 사제총 등으로 무장한 채 도시 게릴라전을 방불케 하는 농성을 벌여온 서울 동작구 상도2동 재개발 지역의 농성 세입자들이 지난 20일 경찰에 자진 출두, 1년 반을 끌어온 ‘상도동 사태’가 일단락됐다.
그동안 경찰이 법원으로부터 압수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놓고도 집행하지 못했을 만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던 상도동 사태가 설 연휴를 앞두고 예상 밖의 협상으로 풀린 것이다. 철거반원들과 농성 세입자 간에 격렬하게 맞붙던 현장인 철탑 망루는 이제 텅 비어있다.
협상이 급진전된 것은 1월초. 경찰 측은 농성자들에게 “농성을 풀 경우 최대한 선처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고, 시행사 측에서도 “설 전까지 협상으로 풀 것”을 계속 종용했다.
사실 농성자들은 작년 말부터 전기마저 끊긴 망루 위에서 혹독한 겨울을 지내면서 더 이상 내부 결속을 유지하기 힘든 지경에 빠져있었다. 당시 망루 위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이렇게 오랫동안 고립될 줄 알았으면 이곳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속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행사 측과의 협상을 마무리지은 농성자들은 “영구 임대주택 10가구와 이주비를 받아냈다”고 주장했고, 시행사 측은 “영구 임대주택 입주를 보장해 준 적이 없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행사 측은 “농성자들 내부에서 ‘일부라도 받고 나가자’는 목소리가 높아진 마당에 지도부가 피할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라며 “다만 망루 철거비조로 이주비를 지급했으며 애초 철거민들이 요구했던 가구당 1000만원의 이주비에는 못 미치지만 월세방을 구할 정도는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행자 측과 망루 농성자들 간에 어떤 식으로 타협이 이뤄졌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 어느 쪽도 협상 당시 ‘협상 내용의 절대 비밀 유지’를 약속했다는 것이다.
한편, 협상 과정에서 이들에 대해 최대한 선처를 약속했던 경찰은 “비록 자진해 농성을 풀긴 했으나 이들은 사제총과 화염병을 사용해 저항했기 때문에 불법행위 엄단 차원에서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23일 농성자 중 김영재(54) 철거민대책위원장 등 8명을 구속하고 8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망루위 농성은 끝이 났지만, 상도동 재개발 지역에는 여전히 풀어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다. 매스컴에 부각된 철탑 망루 농성자 외에, 자신의 전세 보증금을 받지 못해 불가피하게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70여 가구에 이르는 세입자들도 있다. 이들의 바람은 가옥주와 시행사의 협상타결로 보증금을 하루 빨리 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