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독일의 ‘괴테하우스’입니다. 혜산 박두진 선생의 시(詩)를 연구하려는 사람은 꼭 우리 도서관의 전문자료실을 꼭 찾게 되도록 만들고 싶어요.”
혜산(兮山) 박두진(朴斗鎭·1916~1998) 선생을 낳은 안성시 보개면, 야트막한 언덕 위 선생의 시비(詩碑)가 내려다 보이는 안성시립도서관 3층은 지금 한창 공사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박두진 전문자료실 개관을 앞두고 있기 때문.
“박두진 선생을 숭모하는 분들이 지금도 가끔씩 이곳에 찾아와요. 선생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 가까운데다, 인근 금광저수지 쪽에는 선생이 말년에 작품활동을 하셨던 ‘혜산연구소’가 자리잡고 있거든요. 매년 연말에는 지역 문인들이 모여 ‘혜산 문학제’도 열고 있습니다.”
안성시립도서관 유병장(柳炳章·43) 관장은 박두진 전문자료실에 대해 “1996년 도서관 문을 열 때 부터 별렀던 일”이라며 “이제야 선생의 흔적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시가 적힌 비석 말고도 보여드릴 것이 생겼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유 관장은 “독일 하이델베르크는 문호(文豪) 괴테가 앉았던 의자까지 ‘괴테의 의자’라는 제목으로 관광상품화했다”며 “괴테의 생가(生家)를 보존한 ‘괴테하우스’처럼, 안성하면 박두진 시인이 떠오르도록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안성시립도서관은 작년 한해, 1000여만원을 들여 박두진 선생의 책 초판·재판본만 100여권을 모았다. 친필로 시를 쓴 도자기, 그의 글이 실린 잡지 등도 준비했다. 인력 부족으로 도서관장이 관장실에 새 책을 쌓아두고 작업해야 하는 소규모 도서관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
유 관장과 실무를 맡은 직원 백진희(白珍姬·여·32)씨는 선생의 자료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유 관장은 “작년 봄에 대학원 MT를 갔다가 중간에 빠져나와 강원도 영월의 책 박물관까지 찾아갔다”며 “나중에 1949년판 시집 ‘해’의 초판본 등 책도 몇권 사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진희씨는 작년 초 처음 ‘박두진자료실’ 실무를 맡았을 때 “솔직히 막막했다”고 했다. “고서(古書), 그것도 박두진 선생의 초판본 책을 어디서 어떻게 구할지 캄캄하더라구요. 인터넷을 검색해 하나하나 물어보는 수 밖에요. 청계천 헌책방 거리도 이잡듯 뒤졌지만 어린이책 전집류 뿐이라 헛걸음이었죠.”
백씨는 “청록집 초판본을 인터넷에서 50만원에 구한 것은 정말 기적에 가까웠다”며 “운이 따른 덕분에 1939년 선생이 등단한 ‘문장’지 원본부터 친필 서명이 적힌 제 7시집 ‘고산식물’ 등 초판·재판본을 거의 다 구비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공공도서관에 지역 특성을 살린 ‘테마 자료실’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당초 2006년까지 도서관 10곳에 문을 열 계획이었으나, 지역 도서관의 호응이 좋아 지금은 15곳으로 목표를 늘려잡았다. 현재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 선생 생가와 기념관이 있는 남양주시의 미금도서관에 ‘실학 자료실’이 문을 연 상태.
수원 선경도서관은 ‘성곽’, 부천 북부도서관은 ‘영상예술’, 이천 시립도서관은 ‘도자기’ 등을 테마로 연내 자료실 개관을 준비 중이다. 문인자료실로는 의정부도서관이 ‘천상병 자료실’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