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빈(李漢彬·77)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이 21일 오후 8시30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이 전 부총리는 지난 50여년간 정부관료·학자로서 우리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선각자’였다.
함경남도 함주에서 태어난 이 전 부총리는 서울대 문리대를 거쳐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마치고 재무부 예산국장, 차관을 지내며 10년간 재무관료로 일했다. 60년대 초부터는 스위스 대사 겸 EC(유럽공동체) 대사, 오스트리아 대사 등으로 활약했다.
60년대 중반 귀국 후 서울대 행정대학원 창설을 주도하며 후학 양성에 열정을 쏟았다. 1968년 당시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한국미래학회를 창설한 후 1970년 ‘21세기 한국의 미래’ 보고서를 발표, 학계를 놀라게 했다. 그의 제자 김광웅 서울대 교수는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요, 교육자였다”고 회고했다.
이후 아주공대 학장 등을 지내다 1979년 10·26사태가 나자 과도정부 내각에 참여해 80년 5월까지 경제기획원 장관직을 맡았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 이사장 등을 지내다 1989년부터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상임 공동대표로서 시민활동을 했다. 1996년 그는 회고록 ‘일하며 생각하며’에서 “부총리 재직 당시 신군부에 맞서지 못한 것을 뉘우치며 공명선거 운동에 매진했다”고 술회했다.
유족으로 부인 유정혜 여사와 원식(삼성전자 전무), 선이(아주대 학생처장)씨 등 1남1녀, 사위 안석모(감리교 신학대학 부교수)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영안실, 발인 26일 오전 8시. (02)3410-6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