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런 영화가 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한바탕의 춤과 노래가 요란한 색깔의 요리들과 어울린 이웃 파티에 온 것 같은. 리얼리티라곤 거의 없는 스토리지만 넘치는 낙천성으로 결국 주인공의 꿈과 사랑을 모두 이뤄주는. 30일 개봉하는 ‘구루’(The Guru)는 그런 영화다.

댄스 강사인 인도 청년 라무(지미 미스트리)는 세계적 스타가 되려는 꿈을 품고 미국에 간다. 냉혹한 현실 속에서 전전긍긍하던 그는 포르노 영화사 오디션을 통해 포르노 배우가 된다. 어설픈 연기 때문에 촬영을 망친 그에게 상대 여배우 샤로나(헤더 그레이엄)가 갖가지 조언을 해준다. 상류사회 파티에 우연히 가게 된 라무는 파티에 초빙된 인도의 수행자가 갑자기 죽는 바람에 얼떨결에 샤로나로부터 들은 말들을 내뱉으며 구루(인도의 영적 지도자) 노릇을 하게 된다. 파티에 왔다가 그의 말에 감화된 렉시(마리사 토메이)는 곧 그를 추종하게 된다.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에 인도 뮤지컬 영화를 접합시킨 ‘구루’는 결혼식 하객들이 함께 춤추면서 떠들썩하게 막을 내린다.

연간 제작 편수로 볼 때 인도는 미국만큼이나 많은 작품을 쏟아내고 있는 유일한 나라다. ‘마살라 영화’라고 불리는 특유의 화려한 뮤지컬 영화들은 오래도록 인도 안에서만 인기를 얻었지만, 최근 들어 영국 영화의 토양에 이식되면서 국제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구루’는 재작년 국내에서 상영됐던 ‘슈팅 라이크 베컴’처럼 인도와 서구의 문화적 접점에 서 있다. 영·미 합작영화인 이 작품은 때로 대중문화가 외부로부터의 수혈만으로도 회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구루’는 스스로의 한계와 목표를 정확히 알고 있다. 얼핏 ‘멍청한 해프닝 코미디’ 정도로 보이지만, 사실 그 황당한 스토리 속에서 자신의 몫을 제대로 다 챙기는 똑똑한 상업영화다. ‘마살라 영화’의 화려한 춤과 노래를 사이사이 새로운 볼거리로 집어넣고, 로맨틱 코미디의 전통적 팬들을 위해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를 가볍고 따스하게 끌고 가는가 하면, 미국 상류층의 신비주의 열풍이나 속물 근성 같은 것을 과하지 않게 슬쩍 꼬집고 지나가기도 한다. 극의 유쾌한 리듬은 말도 안 되는 스토리 전개가 전혀 거슬리지 않도록 만드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다가 지루할 틈도 없이 94분 만에 끝난다.

포르노 영화제작 현장과 쾌락을 찬미하는 섹스교를 극의 두 가지 축으로 삼는 섹스 코미디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질척대지 않는 이 영화는, 묘하게 귀여운 데가 있다. 극중 이미지에 딱 맞아보이는 캐스팅이 이런 느낌을 더욱 부추긴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내내 좌충우돌하지만 조금도 밉지 않은 인도계 영국배우 지미 미스트리는 포르노 배우나 섹스교 교주로 나와도 전혀 느끼하지 않다. 니콜 키드먼과 흡사한 느낌을 주는 헤더 그레이엄과 톡톡 튀는 연기로 로맨틱 코미디에 부응해온 마리사 토메이는 이전 출연작들을 떠올리게 하는 배역을 맡아 흥미를 더한다. ‘부기 나이트’에서 포르노 배우 역할을 맡았던 헤더 그레이엄이 다시금 ‘성(聖)스러움’과 ‘성(性)스러움’이 뒤얽힌 샤로나 역을 인상적으로 해냈고, ‘왓 위민 원트’에서 여자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멜 깁슨과 관계를 가진 뒤 “당신은 섹스 킹이야”라고 감탄했던 마리사 토메이는 이 영화에서 섹스교 교주와 ‘영적인 하룻밤’을 지낸 뒤 “당신은 섹스계의 테레사 수녀야”라고 외친다.

재미있을지는 몰라도 이 영화가 똑똑하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그런 분들을 위해 이 영화의 몇몇 대사를 여기에 옮긴다. “왜 아메리칸 드림인 줄 알아? 그게 꿈에서나 일어나기 때문이야.” “저들(미국 상류층)에겐 섹스와 돈이 전부야. 그들은 돈이 있으면 섹스를 하려 하고, 섹스를 하면 돈을 밝히지. 둘 다 있으면? 그야, 민망해지니 오페라를 보러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