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4만5000원의 13평 임대아파트에서 엄마와 단 둘이 사는 김민국(8·강원도 태백시 철암동)군의 꿈은 엄마·아빠 손을 잡고 떠나는 기차 여행이다.

민국이는 2년 전 여름, 전신이 마비되는 ‘근이영양증’이란 희귀 불치병에 걸려 두 다리를 못 쓴다. 탄광 근로자였던 아빠는 퇴직 후 사업에 실패한 뒤 3년째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민국이는 아빠 손을 잡을 팔 힘조차 잃게 된다.

같은 동네에 사는 최기봉(69) 할아버지. 과거 30년 동안 갱(坑)을 뚫은 그 역시 외지(外地)로의 편안한 여행이 소망이다. 1988년 그는 연탄공장의 분탄(粉炭)기계에 빨려들어 왼쪽 다리 무릎 밑을 잃었다. 이후 10분만 걸으면 다리 절단 부위의 신경을 타고 아픔이 온몸에 몰려들기 때문에 여행이 힘들다.

최 할아버지 고향은 전북 장수, 민국이 고향은 서울이다. 할아버지는 43년 전, 민국이 아빠는 9년 전 탄광마을 태백시 철암동을 찾았다. 탄광촌은 돈을 찾아 사람들이 들어오고 돈을 벌면 털고 나가는 ‘유목민적’ 마을. 그러나 돈을 못 벌고 병들면 떠나고 싶어도 못 떠나는 곳이다.

탄광이 대부분 문을 닫은 ‘석탄산업의 중심지’ 태백시 철암동. 이곳의 간판 산업체인 장성광업소(석탄공사) 석탄 생산량은 1979년 227만t에서 작년 62만t으로 줄었다. 민영 강원탄광은 1993년 갱구를 닫았다. 최근에는 2년 연속 태풍 루사와 매미에 강타당하면서 철암동 1571가구 중 171가구가 현재 정부 보조금을 받는 빈곤층이다.

1981년 1만3994명이던 태백시 철암동 주민은 지금 4037명.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인근 황지나 대구·서울 등지로 빠져나가고, ‘경제가 죽은’ 철암에는 노인과 아이들이 폐가를 지키고 있다.

(특별취재팀·진성호 사회부 차장대우 shjin@chosun.com

이항수 사회부 기자 hangsu@chosun.com

선우정 경제부 기자 jsunwoo@chosun.com

신동흔 산업부 기자 dhshin@chosun.com

방준오 사회부 기자 obang@chosun.com

정지섭 사회부 기자 xanadu@chosun.com

안상미 사회부 기자 ima7708@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