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회계법인 서지희 파트너는 "여성이 회계사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넓은 시각으로 일을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으로서는 처음 국내 대형회계법인 파트너 자리에 오른 사람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을까. 수많은 남자 회계사들과의 고독한 전투(?)를 막 끝낸 날카로운 여전사의 모습은 아닐까.

삼정회계법인 서지희 (徐知希·42) 파트너의 첫인상은 이런 일반적인 선입관을 한눈에 허물어버린다. 부드러운 인상만큼이나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조목조목 꺼내놓는 이야기들은 ‘치열함’보다는 ‘치밀함’이 그의 무기임을 알게 해준다.

“86년 제2차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180명 중 여자가 두 명이었어요. 산동회계법인에 입사했는데, 처음으로 여자 후배를 맞은 한 선배 회계사가 ‘미스 서’라고 부르더군요.” 호칭을 보니 그 선배가 같은 회계사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서운했다고 한다.

완벽한 여성이 되어달라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여대(이화여대)에 들어갔고, 여성에게 부족한 경제감각을 익히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경영학과를 선택한 서씨의 학창시절은 어찌 보면 평범했다. 그러나 ‘공인회계사는 월말, 연말에만 잠깐 바쁘다’는 잘못된 정보 때문에 공인회계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면서 서씨의 인생행로는 ‘튀기’ 시작했다.

“회사 기밀을 낱낱이 보여주고 감사받아야 하는 상대가 여성이라는 사실에 불쾌한 기분을 감추지 않는 사장님들이 간혹 있었습니다. 설마 여성이 공인회계사일까라는 의구심 때문에 공인중개사로 혼동하는 분들도 많았죠.”

회계사로 출발한 첫 6개월 동안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방황하긴 했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자’는 결심이 서면서 서씨는 깨알 같은 숫자와의 싸움에 4년을 꼬박 바쳤다. 그러나 바쁜 회계사 생활과 결혼 생활을 양립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판사인 남편(수원지법 심상철 성남지원장)의 전근 발령을 따라 전북 남원으로 내려가면서 서씨는 잠시 일을 그만뒀다. 아이들을 직접 키우고 싶은 욕심도 일을 쉰 원인이었다.

“2년을 전업주부로 보내고 나니 새롭게 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솟아나더군요. 다시 산동회계법인을 찾아갔습니다. 육아문제 때문에 남들보다 적은 시간 일하는 파트타임이었지만 남들보다 열심히 하면 못지않은 성과를 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서씨는 일하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밤에는 미국 공인회계사(AICPA) 시험준비를 하는 강행군을 거듭했다. 쉽지 않았지만, 열매는 달았다. 지난 2000년 삼정회계법인으로 옮기면서 이사를 달았고, 작년 10월에는 국내 대형회계법인 최초의 여성 파트너 자리를 꿰찼다. 삼정·삼일·영화·안건·안진 등 국내 5대 회계법인에 소속된 파트너는 210명선. 이 중 여자는 서씨가 유일하다.

고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1학년인 아들 둘을 두고 있는 서씨는 “일하는 여성으로서 육아문제는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여성회계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 “여성들은 회계사로서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서 “회계사 업무를 하면서 숫자에만 매달리기보다는 보다 넓고 큰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