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명과 인접한 안양시 만안구 석수2동 연현마을. 주위에 아스콘 폐기공장이 있고, 광명 지역과 안양천 인근에 축사(畜舍)가 모여 있어 분뇨냄새가 심하다는 평소 민원이 끊이지 않은 곳이다.
8년째 이 곳에 살았다는 방송희(房松姬·여·44)씨는 “폐기물 공장을 드나드는 대형트럭이 학교 앞 2차선을 쉴새없이 드나드는 통에 아이들이 위험하기는 하지만, 동네에 유흥업소 등 위해시설이 전혀 없어 아이들을 키우기에는 적당한 곳”이라고 말했다.
최근 연현마을 주민들에게 또 하나 고민이 생겼다. 안양시가 34학급, 1420여명의 학생이 다니는 연현초등학교 인근에 공영차고지를 조성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안양시는 학교 뒤 개발제한구역 1000여평에 63대의 버스가 주차할 수 있는 공영차고지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7월 건설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받고, 지난달 경기도의 사용승인결정을 받았다고 14일 밝혔다. 차고지는 국비 4억5000만원과 시비 10억5000만원을 들여 3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오는 9월 완공될 계획이다.
학부모들이 차고지 조성에 반발하는 이유는 학교와의 거리가 1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
학교보건법 상 학교 근처 200m 이내의 정화구역에는 ‘대기환경보전법 및 수질환경보전법에 의한 배출허용기준 및 소음·진동규제법에 의한 규제기준을 초과하여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에 지장을 주는 행위 및 시설’이 들어서지 못하게 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시가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차고지 계획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고 주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연현초등학교에서는 차고지를 안양자동차학원 인근의 체육공원 부지에 조성하고, 차고지 부지에는 대신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건의도 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신재후(申載厚·60) 교장은 “개발제한구역에는 교실을 증축하려고 해도 어려움이 많은데 차고지를 세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시에서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2002년 8월 주민 1581명의 서명을 받아 반대의견서를 내기도 했던 학부모들은 최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시에 적극적으로 항의하기로 했다.
구은주(具銀珠·38)씨는 “어린이들을 보다 깨끗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지는 못할망정 공영차고지의 오염물질에 노출시키려고 한다”며 “시는 밤에 버스가 들어와 새벽에 나가기 때문에 별로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13일 오후 8시 아파트 단지에서 항의 촛불시위를 벌인데 이어, 15일과 16일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시의 입장은 법적으로 하자(瑕疵)가 없다는 것. 학교보건법에 공영차고지를 세우지 말라는 규정이 없고, 건교부와 경기도도 이미 승인한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학부모들과 시장이 16일 가지기로 했던 면담도 “시위를 하는 민원인과는 면담할 수 없다”는 시의 입장 때문에 취소 위기에 처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져 가고 있다.
김창식 시 교통행정과장은 “시내버스의 합리적인 운행을 위해 연현마을을 다니는 버스 등을 세울 수 있는 차고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2007년까지 모든 버스가 천연가스버스로 바뀌어 매연피해가 없을 것이고, 방음벽을 설치해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