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인구(2500만명)의 60%를 차지하는 최대 이슬람 종파 시아파가 직접선거 조기 실시를 요구함에 따라 간접선거·과도의회 구성을 추진해온 미국이 주권이양 계획을 부분적으로 수정할 방침이라고 AP·AFP통신 등이 13일 보도했다.

폴 브리머 이라크 미(美)군정 최고행정관은 시아파 최고성직자인 알리 알 시스타니가 지난 11일 조기 총선 실시를 주장한 데 대해 선거법·선거관리위원회·정당법 등 관련 제도와 법규 미비를 이유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브리머 행정관은 그러나 기존의 계획대로 지역별 간접선거를 통해 과도의회를 구성하되, 참여확대와 투명한 민주적 선거가 보장될 수 있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행정부는 알 시스타니가 미 군정이 제시한 주권 이양안을 사실상 거부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워싱턴과 바그다드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주권 이양계획의 일부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는 6월 30일까지 과도정부를 구성, 이라크인들에게 통제권을 넘긴다는 기본 일정은 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알 시스타니는 “7월 1일 이후 이라크 내 미군 주둔은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조기 총선을 요구, 권력이양에 앞서 임시의회를 선출하려던 미국의 계획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직접선거로 구성된 의회만이 과도통치위원회가 마련한 과도헌법 초안과 향후 이라크 정치 청사진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미국이 조기 총선을 거부하는 이유가 이란과 같은 시아파 정권의 출현을 경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브리머 최고행정관은 “민주주의에서 다수파가 집권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일축하고, 직접선거가 바람직하지만 아직 제도적 정비가 안 돼 있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