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풍(安風)’ 사건의 진실을 둘러싸고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한나라당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95~96년 신한국당 사무총장 재직시 안기부 예산을 유용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강삼재 의원측 변호인이 “강 의원에게 돈을 준 사람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라고 밝히자 한나라당은 “이제는 YS가 풀 때”라며 김 전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14일 한발 더 나아가 “YS의 돈이라는 게 밝혀지면 모든 책임은 YS가 져야 한다. 갚는 것도 YS의 몫이고 우리 당(한나라당)과는 관계가 없다”고 못박았다.
최 대표는 이날 오전 경기도 하남시를 방문해 당원들과 오찬 중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하고 “강삼재 의원의 변호인인 정인봉 변호사가 사실상 당 지도부와 사전 교감을 갖고 폭로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지만 알았다고 하더라도 정인봉 변호사에게 그렇게 하라고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속내가 공개된 마당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태세였다.
비슷한 시각 김영삼 전 대통령은 “나는 말 안한다. 나는 한 번 말 안한다고 하면 절대로 안하는 사람”이라며 한나라당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YMCA 건물에서 열린 ‘민주산악회’ 신년하례식에 참석해 이같이 밝히고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군사독재 때는 아무 얘기도 못 써서 문제더니 요새는 너무 마구잡이로 써서 큰 일”이라며 언론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지지자들에 대한 신년사를 통해 “내가 대통령에 취임해서 ‘하나회’라는 개인 군사조직을 없애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들 지배하에 있을 것이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겠나”라며 “당시에 내가 23일 동안 죽음을 각오하고 단식을 했지만 언론에선 ‘어느 야당 인사의 식사문제’라는 단신 기사를 냈을 뿐”이라고도 했다.
YS의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도 신년하례식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YS가 퇴임 후 정치보복과 박해를 받아오고 험한 경우를 많이 겪었지만 그때마다 진실이 밝혀졌다”며 “이런 주장에 일일이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전직 대통령, 정치원로로서의 체통에 걸맞지 않다”며 무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