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에게 배우는 전통음식, 어렵지만 보람 있어요." 인삼찰떡을 앞에 놓고 웃어보이는 둘째며느리 이주영. 한국전통음식문화연구원 조정강 원장. 큰 며느리 한지희(왼쪽부터).

지난 8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인삼, 생애 최고의 축제’는 두 가지 점에서 식도락가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우선 향토문화축제나 장터에 더 어울릴 법한 인삼축제가 무궁화 5개짜리 특급호텔에서 열렸다는 점. 그리고 초대된 손님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었다는 점이다. 거기엔 이유가 있었다.

“세계가 탐내는 조선 인삼, 또 인삼으로 만드는 최고급 보양식을 선보이는데 당연히 호텔 정도는 돼야죠. 솔직히 내로라 하는 고급 호텔에 한국의 자랑할 만한 전통음식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잖아요.”

내일모레면 칠순이지만 우리 음식에 대한 열정만큼은 식을 줄 모르는 조정강(68·한국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씨의 전략은 적중했다. 인삼과 소의 양으로 고아낸 인삼양탕부터 인삼에 절인 연어회, 인삼오이선, 인삼찰떡, 인삼다식, 수삼요구르트까지 맛본 사람들은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그 독특한 맛에 탄성을 터뜨렸고, 취재진을 포함해 300명 이상의 인파가 몰려 그야말로 축제는 성황을 이뤘다.

눈길을 끄는 건 또 있었다. 중봉 조헌(趙憲) 가문의 내림음식을 이어가고 있는 조씨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행사의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하던 딸과 며느리들! 막내딸 김주성(40)씨와 함께 중봉가의 내림음식을 전수받고 있는 맏며느리 한지희(34)씨는 시어머니에 대한 잊지 못할 기억을 털어놨다. “저도 음식엔 자신이 있어서, 결혼 후 처음 맞은 남편의 생일날 직접 만든 케이크를 상에 올렸어요. 그런데 어머니 첫 말씀이 ‘조선 여자는 뭣보다 떡 찌는 솜씨가 좋아야 한다’ 하시는 거예요. 칭찬 받으려다 꾸중을 들은 셈인데, 시집생활 10년이 되다 보니 어머니 그 마음 이해하게 됐습니다.”

중봉 가문이 금산에 터전을 두고 있는 까닭에 이 집안 설날 차례상에도 인삼은 빠지지 않는다. 떡국부터 다르다. 소의 사골과 양을 고아낸 물에 토막친 인삼을 넣어 또 한번 끓인 뒤 떡을 넣는 식. 인삼조청을 넣어 쪄내는 인삼찰떡도 명절에 빠지지 않는 별미이고, 표고버섯·쇠고기·달걀지단·풋고추·수삼으로 소를 만들어 칼집 낸 오이에 넣어 살짝 쪄낸 뒤 과일즙에 찍어 먹는 맛도 일품이다.

음식에 대한 감각이 남달라 일찌감치 어머니에게 선택받은 김주성씨는 “그래도 어머니와 나 사이에는 세대 차가 있다”며 웃었다. “계량하는 걸 질색하시거든요. 음식은 손끝, 혀끝에 달려 있다시며 그저 푸짐하게 해놓고 보시죠. 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음식을 자연스럽게 배울 기회가 없는 젊은 여성들에겐 맛을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조건을 알려줘야지요.”

그는 또 중봉가 내림음식의 특징은 ‘소박함’이라고 설명했다. “궁중음식처럼 화려하지 않으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재료로 최고의 맛과 영양을 내는 일상식이며 건강식”이라는 것. 거기에 김씨는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부지런함이요. 저희 어머니는 아직도 새벽시장을 직접 보러 가세요.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역시 재료니까요. 국산과 수입산, 자연산과 양식산을 귀신같이 가려내시는데, 저 안목 따라가려면 멀었구나 하며 혼자 감탄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