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총재의 ‘화폐제도 개선론’이 불붙고 있는 가운데 2007년이면 여성 위인들의 얼굴이 새겨진 새 화폐를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번 주말에는 이배용 이화여대 교수, 정강자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 등이 참여하는 ‘여성인물 추천 위원회가’ 구성된다.

화폐에 여성인물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은 최근 1~2년새 여성계에서 쏟아졌다. 지난해 10월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전시에서 사진작가 박영숙씨가 제안한 ‘화폐개혁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경우. 그녀가 만든 대안화폐의 주인공은 삼신할매와 허난설헌, 소현세자빈 강씨와 명성황후, 그리고 나혜석이었다.

동덕여대 김경애 교수는 아예 시민운동으로 발전시켰다. 지난해 6월부터 여성학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함께 ‘여성인물을 화폐에! 시민연대(cafe.daum.net/womenmoney)’를 발족시켰고, 이들은 대학축제와 여성단체들의 행사를 쫓아다니며 서명운동을 벌였다.

화폐속 여성인물은 외국에선 흔한 일이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물론 유로화로 통일되기 전 프랑스의 최고액권에는 과학자 퀴리부인이, 이탈리아 화폐에는 의학박사 몬테소리가, 독일화폐에는 과학자이자 화가인 메리안이 새겨져 있었다. 여성인물 화폐가 없었던 일본에서도 2004년부터 사용될 5000엔 신권에 명치시대의 소설가 히구치 이치요가 등장한다. 이치요는 한국의 나혜석에 비견되는 인물. 당대의 인습을 완전히 깨뜨리며 혁명적인 삶을 살아낸 여성이다.

그렇다면 어떤 여성이 화폐에 실릴까. 대중적 인지도에서는 신사임당, 유관순이 우세하지만 여성계에서는 허난설헌처럼 좀더 투쟁적인 삶을 산 인물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21세기인 만큼 현대적인 인물도 거론되고 있다. 한국 최초의 여성변호사로 여성인권 향상에 헌신한 이태영 박사는 그 일순위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