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못다 핀 꽃 한송이가 됐다.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서울대 교수 63명이 서명한 ‘관악캠퍼스 내 원전수거물관리시설 유치’라는 건의문은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혀 5일 만에 불발로 판정난 것이다.
서울대 정운찬 총장은 1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5일간 학내 여러 교수님들과 산자부 등 유관 정부부처, 관악구와 서울시 등 관련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한 결과 부정적 여론이 많았다”며 “학교 차원에서 시설 유치에 관해 앞으로 추가적인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명파 교수 몇몇 분들과도 전화통화를 통해 저의 이러한 부정적 의견을 비췄으며 그분들도 저의 결정을 이해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대는 ‘원전수거물관리시설 서울대 유치에 대하여’라는 성명을 발표, “교수들께서 제안하신 원전수거물관리시설 유치사업은 지역사회 주민이나 학내 구성원들의 공감대 형성은 물론 기술적·환경적으로 여러 여건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할 문제”라며 “현재의 법체제나 제도 내에서 본교가 독자적으로 논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대의 거부 입장 발표는 지난 5일간 기획실 차원에서 법적·행정적·기술적 문제를 검토한 결과 나온 것으로 학교 기관인 서울대가 국가적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기는 힘들다는 결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7일 건의문 발표 이후 환경단체들과 관악구청은 즉각적으로 교수들의 건의문에 대해 ‘대(對)국민 사기극’, ‘서울대의 폐쇄성’ 등 격한 용어를 써가며 연이어 반대성명을 냈었다.
학내에서도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장호완 교수와 김정욱 전 환경대학원장 등 교수들과 학생회측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었다. 이들은 “기술적 측면을 놓고 볼 때도 서울대 내에 원전수거물관리시설을 유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과학기술부의 위치 기준고시에 따르면 이 지역은 인구밀집지역이기 때문에 저장시설을 설치할 수 없으며 수송문제 등을 따져봐도 시설 유치에 적합하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었다.
유근배 기획실장은 이날 총장의 입장 발표 배경에 대해 “지난 5일간 학내외의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며 “좀더 세부적인 논의를 거쳐 발표하려 했으나 사회적 혼란이 갈수록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총장께서 오늘 전격 발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명에 참여했던 공대 한민구 학장은 “우리의 제안이 충분히 이해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도 “조직 차원에서 결정된 일이라면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