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해가 되었다. 세상의 모든 원숭이띠들은 올해에 특별한 감회를 가질 법도 하다. 그런 원숭이띠들이 자신의 띠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갖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내 띠에 유감이 많다.
나는 10개월만 앞당겨 태어났다면 호랑이로 포효할 수 있었고, 석 달만 늦게 태어났더라면 용으로 승천했을 토끼띠다. 용호상박이나 용쟁호투의 큰 싸움판에 끼어 등짝 터진 토끼 신세가 내 띠의 팔자소관인 것이다.
동양철학의 십이간지보다 서양 점성술의 별자리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까닭은 점성술에서 1951년인 내 생년이 전갈좌, 그러니까 스콜피온에 해당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95년에 나는 프랑스 파리로 이주하여 토끼에서 스콜피온으로 변신했다. 동쪽으로 온 달마와는 달리 내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토끼 팔자를 벗어 던지고 스콜피온으로 살아 가려는 의지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토끼’라고 하면 별주부전이라든가 토생전의 아류 같은, 그 된장 냄새 나는 토속소설밖에 못 쓸 것 같다. 하지만 ‘스콜피온’ 하니까 안드로메다좌에서 잃어버린 성궤를 찾아 은하수를 광속으로 건너는 한 외계인의 우주적인 삶을 그린 SF대작이라도 쓸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그러자면 토생원 같은 이미지의 지금 이름 대신에 필명을 ‘스콜피온 박’쯤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스콜피온 박! 그렇게 불러보니 사무라이 갑주를 두른 것 같은 스콜피온의 가슴에 은하수 어디선가 날아온 성진(星塵)이 스치는 것만 같다.
(박인식 소설가·산악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