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 63명의 ‘관악캠퍼스 내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유치’ 건의문 발표와 관련한 공방이 확산되는 가운데, 서울대가 9일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정식으로 이 문제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이날 긴급 간부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기획실장·교무처장·학생처장과 서명에 참여한 박종근 연구처장 등 부처장급 교수 15명이 참석해 2시간 동안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유치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으나, 최종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유근배 기획실장은 “건의문 발표 이후 이틀 동안 기획실 차원에서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의 일반적 입지조건과 유치에 필요한 행정절차 등을 조사했다”며 “사회적 혼란이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입장을 발표하겠다는 것이 서울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총장이 건의문에 대해 입장표명을 하기로 결정한 것 자체가 진전”이라고 말했으나 “현실적인 난관이 너무 크기 때문에 회의분위기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컸다”고 전했다.
서울대 정운찬 총장은 10일 오후 2시 학교 내 교수회관에서 강창순 교수 등 서명에 참여한 교수 대표들을 만나 건의문을 작성하게 된 배경 등에 대해 들어볼 예정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10일 회의가 교수들의 건의문을 채택할지 안 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라며 “정 총장이 이르면 다음주 초까지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측의 명확한 입장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의 유치에 대한 찬반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장호완 교수는 “지질학적 측면에서는 관악산 지하에 설치하는 것이 문제없을지 모르나 과학기술부의 위치기준고시에 따르면 이 지역은 인구밀집지역이라 저장시설을 할 수 없고, 수송문제 등을 따져봐도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서명을 주도했던 강창순 교수는 “수도권에 짓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긴 하지만, 관악산 한가운데 사는 사람이 없는 이상 인구밀집지역이라고 할 수 없다”며 “바다로 수송한다 해도 100% 안전한 것은 아니고 현재도 병원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들이 육로로 버젓이 옮겨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논란이 점점 확산되자 서울대학교 관리 부처인 교육인적자원부와 관악산 도시자연공원을 관리하는 관악구측이 서로 ‘관할 문제’로 맞서는 양상도 벌어지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대 캠퍼스 부지와 건물은 엄연히 교육부가 관리하는 국가 재산”이라며 “서울대가 총장 선에서 공식적인 결정을 내리게 되면 주관 부서인 산자부와 협의하는 형태로 교육부도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악구측은 “관악산 도시자연공원은 물론이고 서울대 캠퍼스에 속해 있는 관악산 일부는 명백히 관악구청 관할”이라며 “이 문제가 관악구민의 의사를 묻지 않은 채 서울대 주도로 일방적으로 진행된다면 엄청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해당지자체인 관악구가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유치 의사를 밝혀야 유치가 가능하지만 교육부의 서울대 캠퍼스 관할권을 부정하기도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