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대표적 백인스타 톰 크루즈가 총 대신 일본도를 잡았다. 9일 개봉되는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는 최근 '킬빌' 등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사도 개념을 도입한 작품. 에드워드 즈윅 감독은 시대가 변해도 지켜가야하는 '신념'이란 매개로 일본 사무라이 정신과 진정한 군인정신의 접목을 시도한다.

미국 남북전쟁. 네이든 알그렌 대위(톰 크루즈 분)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터를 누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 불어닥친 실용주의 흐름은 용기와 희생, 명예 같은 군인의 덕목을 퇴색시킨다. 가치관의 혼란에 빠진 알그렌 대위는 일본 황제로부터 신식군대 조련의 임무를 요청받으면서 일본 땅을 밟는다. 그곳에서 알그렌은 서구화 바람 속에 설 자리를 잃은 일본 사무라이 마지막 지도자 카츠모토(켄 와타나베 분)와 운명적 만남을 가진다. 사무라이 집단을 제거하려는 황제 측근의 음모를 지켜보면서 사무라이에 대한 연민과 동질감을 느끼는 알그렌 대위. 두시대와 두세계가 충돌하는 낯선 땅에서 알그렌은 군인의 명예심 하나로 자신의 새길을 개척해 나간다.

17세 때 일본의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를 본 뒤 일본문화에 심취했다는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고증 노력과 체중을 12kg을 늘리고 8개월간의 훈련으로 능수능란한 검술을 익힌 톰 크루즈의 노력이 잘 묻어나는 작품. 600명의 엑스트라가 특수효과 없이 펼친 리얼액션도 웅장한 서사성에 한 몫을 한다.

하지만 서구인들의 눈에 자칫 건전한 군인정신으로 비칠지 모를 사무라이도는 일본 군국주의의 사상적 뿌리라는 점에서 영화 속에서 계속되는 사무라이 미화 작업은 다소 개운찮은 뒷맛을 남긴다. 새해 초부터 주변국들의 반대에도 꿋꿋하게 신사참배를 강행한 일본 총리의 모습이 아직 잔상에 남아있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