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원 성피해 청소년 법률지원단 대표와 유흥업소에 고용돼 성매매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6일 오후 서초동 법률사무소 '청지'에서 업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0대때부터 티켓다방 등에 고용돼 수년간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성매매를 강요당했다며 여성 9명이 업주들을 상대로 10억원에 가까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법원에 냈다. 성매매 여성이 ‘윤락행위’에 따른 처벌 위험을 감수하고 업주를 상대로 소송을 처음 제기한 것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위원장 이승희·李承姬)는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30일 한 업소에서 7년간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A씨(23) 등 9명의 여성이 업주 8명을 상대로 9억70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을 맡은 강지원(姜智遠) 변호사는 “이들 중 청소년 때 성매매를 강요당한 7명은 업주에게 최소 1억원을, 성인 때 성매매업소에 불법고용된 여성은 업주에게 최소 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며 “이는 업주들이 여성 1명을 성매매시켜 1년간 얻는 평균 수입에 근거해 계산한 수치”라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또 “그동안 청소년을 성매매시킨 업주들은 벌금이나 집행유예 등 가벼운 형사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며 “청소년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거액의 민사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소송을 낸 A씨는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에서 무려 7년에 걸쳐 성매매를 강요당하면서도 일한 대가인 1억여원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A씨는 업소에서 탈출해 업주를 횡령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업주가 성매매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했으나 횡령혐의에 대해 무혐의처리해 결국 사기죄로 다시 고소하는 절차를 밟고서야 구속기소됐다고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밝혔다.

그러나 이들이 소송을 제기하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일부는 업소에 고용될 때부터 선불금 등에 매여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달아나 업주들에 의해 고소된 상태였다. 빚때문에 달아났던 B씨(26)의 경우 지난달 5일 서울고법 법정에서 업소 동료 여성의 채무가 무효임을 입증하려고 법정에 증인으로 나섰다가 업주 신고로 경찰에 긴급체포되기도 했다.

이들은 또 ‘윤락행위 방지법’을 위반한 데 따른 처벌도 감수해야 한다. 강 변호사는 이와관련 “성매매의 경우 피해 여성도 불법행위를 한 데 따른 처벌을 받기 때문에 사법기관에서 사실 그대로 진술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들을 입건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승희 위원장은 “성매매를 조건으로 하는 채권채무는 원래 무효라 갚을 필요가 없다”며 “앞으로 성매매를 알선한 업주의 얼굴을 공개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청소년 성매매를 근절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측은 전국적으로 현재 1만5000여개의 티켓다방 등에서 3만3000여명의 청소년이 불법고용돼 대부분이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