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랑 한국 축구는 비슷한 운명인가 봐요. 2002년엔 그렇게 좋더니만 작년엔 죽을 쒔네요. 올해엔 정말 달라진 모습 보여드릴 테니 저랑 대표팀 모두 많이 사랑해 주세요.”
4일 출국을 앞두고 하루 전에 가진 팬미팅 현장에서 박지성 선수를 만났다. 송파여성문화회관에서 팬클럽 ‘수시아’ 회원 150여명과 함께한 이날 행사는 장기자랑, 각종 게임 등이 4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팬들과 어울려 동요에 맞춰 율동을 보여주고 팬창단 1주년 기념 케이크 커팅을 같이한 박지성은 무엇보다 자신감이 커 보였다.
“오는 2월 말 열릴 UEFA컵에서 ‘안정환 방출’이라는 망언을 한 이탈리아 페루자 팀과 맞붙게 됐다”며 “정환이 형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겨서 보기 좋게 복수해 주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보이기도 했다.
그동안 박지성에게는 세 가지 편견이 따라다녔다. 우선 마냥 어리숙해 유머감각 ‘제로’라는 점과 게임중독설, 아인트호벤에서 히딩크 감독의 편애를 받고 있다는 얘기들이다. 그러나 게임 MC를 도맡아 하며 무대를 누빈 그의 모습과 ‘숙맥’을 더 이상 연결시키기는 힘들었다. 말주변이 없어보였다는 평가에 대해서 그는 “말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일명 ‘플스폐인’(일본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매니아)이라는 루머도 사실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엔 그 흔한 노래방조차 없고, 놀이문화가 전무해요. 스트레스 풀기 위해 오락을 할 때는 있죠. 일본에서도 적당히 즐겼지만 경기에 지장을 주진 않았거든요.” 또 생각과 달리 히딩크 감독과 특별히 인간적인 교류는 거의 없다고 했다. 지난 1년간 개인적인 면담 한번 가진 적 없고 별다른 조언을 받은 것도 없다. 히딩크 감독이 2006독일월드컵 본선진출국 감독을 원한다는 것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 그렇지만 그런 공평한 대우가 자신에게는 더욱 채찍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오는 월드컵에 히딩크와 다시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는 바람은 크다.
“히딩크 감독이 아니더라도 월드컵 대표팀은 꼭 외국 감독이 맡으면 좋겠어요. 세계축구 흐름을 배울 수 있거든요. 네덜란드에서 많이 배워 와서 2006년에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