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문건 유출문제로 야기된 한나라당 내분은 4일 최병렬 대표의 ‘개혁 공천 강행’ 방침에 대해 서청원 전 대표 등 비주류가 “그러면 공천 신청을 않겠다”고 맞서고, 이에 지도부는 “안 나와주면 고맙다”고 되받는 등 갈수록 격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주류, "비리·부패 혐의자의 개혁공천 반발"
최병렬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날 반발파들의 ‘공천 신청 거부’ 배수진을 일축하고 3일 공천심사 신청 접수를 시작한 데 이어 4일 “공천개혁은 예정대로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밀어붙였다. 최 대표는 이날 신년 간담회에서 비주류측의 공천일정 연기와 공천심사위 재구성 요구에 대해 “당무 감사 파문이 빌미가 돼 당의 변화와 개혁을 가로막아서는 결코 안 된다”며 “큰 틀을 수정하거나 미루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일축했다.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화끈하게 바꾸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라며 일부 의원들의 공천 신청 거부 움직임에 대해 “스스로 안 나와 준다면 더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당내 갈등은) 개혁 공천의 큰 흐름 속에서 비리와 부패 혐의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반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청원 전 대표측의 ‘최병렬 사당화’주장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사당화’인가. 명분 없는 말의 남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5공 출신인 최 대표 중심의 물갈이 자체가 반개혁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러면 민주화운동했다는 분들은 다 능력있고 도덕적인가”라고 반문했다.
◆ 반발파, "공천 조작…반개혁적인 살인행위"
서청원 전 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최 대표와 극소수 인사들이 공천 개혁을 빌미로 한 정치적 살인행위·범죄행위를 하고 있다”며 “공천작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공천 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서 전 대표는 “이 사태를 이용해 당권 투쟁에 나서지도 않을 것이며, 공천 신청을 않더라도 당에 남아 백의종군하며 당을 개혁하겠다”고 전제한 뒤 “이번 문제는 주류·비주류 싸움도, 개혁·반개혁 싸움도 아니다. 정치적 살인행위를 바로잡자는 측과 그런 식으로 계속하겠다는 사람들의 싸움”이라고 주장했다.
서 전 대표는 “자기들이 공천 분류 다 해놓고 공천심사위원들은 꼭두각시 만든 게 개혁이냐. 오기이고 독선이고 사당화 음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당무 감사를 조작한 그들이 반개혁이다”고 역공을 취했다. 그는 ‘부산의 K의원은 영남지역 전체 1등이라고 연락받았으나 B등급을 받았고, 영남의 L의원은 당무 감사 결과가 엉망이었으나 B로 분류됐다’는 등의 사례도 적시했다. 선 전 대표측의 한 의원은 “김문수 의원은 사전에 몇몇 의원들에게 당무 감사 결과를 알려준 것으로 알고 있으며, 그런 김 의원이 공천심사위원장을 할 자격이 없다”며 공천심사위원장 교체도 요구했다.
박원홍 서울시지부장도 “공개적으로 검증된 절차를 통해 잘못을 바로잡자는 우리를 반개혁으로 매도해서 자신들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고 주류측을 비판했다. 박 의원은 그러나 “‘반(反) 최병렬’ 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결국은 한나라당은 단합해서 당을 개혁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밤 하순봉·박희태 의원 등 중진 의원 12명과 박 지부장은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모여 공천 심사일정 연기와 공천심사위원 재구성을 최 대표에게 재차 건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자리에는 홍사덕 원내총무가 참석, 이들의 뜻을 최 대표에게 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