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가에선 오는 4·15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정치지망생을 ‘팔불출(八不出)’로 부른다.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드는 제17대 총선의 출마러시를 빗댄 말이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12월 1일 현재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예비후보만 1430명으로 평균 경쟁률이 6.3대1(지역구 227개)이다. 이것만도 지난 80년대 이후 최대 경쟁률인 96년 총선 5.5대1을 넘어서고 있는데, 본격적인 표밭갈이에 나서지 않은 잠재 후보군까지 포함한 각 언론사 집계는 평균 경쟁률이 10대1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2000년 총선의 최고 경쟁률은 충남 공주·연기의 10대1이었으나, 이번 총선은 출마유력자 기준으로도 10대1이 넘는 곳이 37곳이나 된다. 분구 예상지역이 많은 경기도가 22곳으로 가장 많고, 광주는 6곳 중 3곳이 10대1 이상일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조선닷컴에 자기 이름을 올린 후보만 19명인 광주 동구(선관위 집계는 17대1)는 지역 행사 때마다 닥치는 대로 악수를 청하며 머리를 조아리는 총선 예비후보 7~8명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때 홍보용 명함을 돌리는 사람만 30여명을 넘은 적도 있고, 각 당 예비후보들이 서로를 감시하느라 지역 선관위는 늘 시장통처럼 와글와글하다고 한다.
경기도 성남 수정구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6명, 민주당 6명, 열린우리당 3명 등 확인된 사람만 19명이 뛰고 있고, 대전 서을에 17명, 대구 동구에 13명 등 예비후보가 넘쳐 나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이런 ‘너도나도’식 출마러시는 세대교체와 물갈이 바람을 기대하는 젊은 정치신인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데다, 어느 정당도 교통 정리를 할 수 있는 당내 실세가 존재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여당에도 장관직, 공기업 사장 등을 보장할 사람이 없고, 야당에도 다음 번을 기약해줄 지역 맹주가 사라진 상황이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분당으로 인해 만들어진 다당구조도 예비후보 난립의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한나라당, 민주당, 신당마다 공천 희망자들이 줄을 섰고 자민련, 민주노동당 등 최소 5개 정당이 전국에 걸쳐 후보를 낼 것으로 보이고, 여기다 상향식 공천제에 따라 실시될 당내 경선 탈락자들까지 불복하고 무소속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
무제한 전면경쟁 과정인지라 종전에 볼 수 없었던 대결 구도도 나타난다. 경기 일산을에선 한나라당 이회창 전 후보의 보좌관 출신 젊은 예비후보들끼리 감정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같은 당 당료출신끼리 공천경합을 벌이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6선의 김상현 의원에게 도전한 민주당 김재두 부대변인이나, 역시 지역에선 중량급으로 여겨지는 재선의 김용갑 의원에게 도전한 한나라당 조해진 전 부대변인 등 거물급을 노리는 ‘공격형’이 있는가 하면, 현역의원을 피해 경기 시흥, 전주 완산 등 분구지역으로 뛰어드는 신인들도 많다.
김호열 중앙선관위 선거관리실장은 “이번 총선은 유례없이 높은 경쟁률이 예상된다”면서 신인 당선율도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5대와 16대 총선 때도 초선의원 비율이 각각 45%, 40%로 다른 때보다 높았는데, 17대 총선은 이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