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는 지난 29일 수사결과 발표 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썬앤문그룹의 감세(減稅) 청탁에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노 대통령이 관련됐다는 김성래(구속) 전 썬앤문 부회장의 진술과 다른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려 최종 판단을 내리기에 미흡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썬앤문에 추징된 최소 71억원(최대 171억원)의 세금을 23억원으로 깎아준 혐의로 구속된 서울지방국세청 홍모 과장의 세금결제 보고서에는 ‘노’라는 글자가 적혀 있어 노 대통령 개입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4월 썬앤문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으며 선앤문의 감세 로비는 세무조사가 진행된 4~6월 사이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말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됐으며, 실제 감세는 그해 6월에 이뤄졌다.
홍씨는 썬앤문에 대한 특별세무조사 뒤 손 전 청장에게 제출한 보고서에 추징세액을 71억원부터 171억원까지 네 가지로 분류했으며, 제1안인 171억원 밑에다 ‘노’자를 쓰고 동그라미를 둘러놓았다. 검찰은 홍씨를 상대로 “노 대통령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지만 홍씨는 “영어의 ‘NO’라는 뜻”이라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문제는 홍씨가 현직 대통령임을 감안해 검찰에서 사실대로 진술하지 못했을 가능성이다. 김성래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홍씨가 관련자 진술이 엇갈리는 상태에서 최고 권력자의 이름을 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또 영어로 ‘NO’의 의미를 굳이 한글로 ‘노’라고 썼을까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때문에 홍씨가 세금보고서에 쓴 ‘노’가 실제 노 대통령을 지칭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을 의미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홍씨는 뇌물과 함께 손 전 청장으로부터 감세 압력을 받고 썬앤문에 추징된 세금을 깎아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홍씨 입장에서 손 전 청장보다 윗선인 노무현 당시 대선후보의 감세 압력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세금을 깎아줬다고 진술할 경우, 재판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홍씨가 노 대통령의 관련성을 부인한 것은 ‘노’가 ‘NO’를 의미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불러일으킨다. 검찰은 노 대통령 외 당시 민주당 P의원이나 유력 정치인 P씨, 또는 제3의 다른 실력자가 감세 압력을 행사했을 가능성 등을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