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시간이 따로 없는 카피라이터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는 주로 밤을 새워 고민하다가 새벽이 오기 전에 멋진 카피를 완성하는 전형적인 ‘올빼미’형이었다. 때문에 점심시간에 출근하기도 하고, 종종 그보다 늦은 오후 회의시간이 되어서야 나타나곤 했다.

광고회사에서는 이런 올빼미형 인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아침형 인간’에 비교하면 올빼미형 인간은 어쩌면 낙후되어 보일지도 모른다. 평균 기상시각이 오전 5시라는 기업 CEO들이나 억대 연봉을 받는 세일즈맨들처럼 성공한 사람들이 대개 ‘아침형 인간’이고, 아침을 지배하는 사람이 인생을 지배한다는 말을 봐도 그렇다.

그러나 ‘아침형 인간’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올빼미형 인간들은 감수성이 풍부해져서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는 밤을 근무시간으로 선택했을 뿐이다. 또한 그들은 정해진 시간은 아니지만 밤을 새워가며 일했으니 나는 떳떳하다는 당당함도 갖고 있으며, 남들보다 뛰어난 실력 없이는 회사생활을 계속 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치열하게 사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언제 일어나느냐가 아니라, 일어나서 무엇을 하느냐의 문제다. 굳이 광고회사의 예를 들 필요도 없다. 모두가 아침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세상! 생각만으로도 뭔가 답답하지 않은가. 그러니 스스로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올빼미, 지금 자신의 삶에 별 불만이 없는 올빼미들이여, ‘밤 생활’을 계속하자.

(이예훈·화이트커뮤니케이션 카피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