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 불법자금 수수 현장에 노무현 대통령이 동석(同席)했고, 노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 이기명씨와 구속 기소된 창신섬유 회장 강금원씨 간 용인땅 거래 성격도 지난 5월 노 대통령이 얘기했던 ‘호의적 거래’와 달리 ‘위장매매’로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청와대측은 황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청와대에 짙은 ‘먹구름’이 낀 형국에 모두들 표정이 어두웠다.
주요 수석급 인사들은 연락을 끊고 대책회의를 거듭했다. 오후 1시30분쯤 하려 했던 청와대의 입장 발표도 오후 5시를 넘겨서야 이뤄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문재인 민정수석으로부터 1차 보고를 받고, 오후에 자세히 보고받았다고 윤태영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이광재씨가 문병욱씨로부터 1억원을 받기 전 아침식사를 함께한 사실 노 대통령이 선봉술씨의 손실금 2억5000만원을 변제해주라는 취지로 지시한 일 등을 인정했다. 그러나 여택수 부속실 선임행정관이 문씨로부터 3000만원을 받을 때 노 대통령이 한자리에 있었다는 내용 강금원·이기명씨 간 위장매매를 사전 보고받았다는 것은 부인했다. 또 노 대통령이 선봉술씨 자금 변제자금으로 지방선거 잔금을 특정한 적이 없다고 했다.
윤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5월 28일 기자회견 때 밝힌 대로 이기명·강금원씨 간 거래가 ‘호의적 거래’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고, 그후 안희정씨가 강금원씨에게 10억원을 보낸 내용 등은 이번에 알게 됐다”고 했다.
윤 대변인은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발표 ‘내용’에 놀란 듯 브리핑 때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황해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우리당 김원기 의장과 만나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채 홍보위원장은 “두 분 간 대화내용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저녁 노 대통령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 결과 발표 때문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한편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은 전화 통화에서 “1억원을 받아 영수증 처리만 했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을…”이라고 후회하고 “모든 게 내 잘못”이라고 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20분 정도 머무르다 갔을 뿐 돈 받을 때는 없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간 수차 거짓말해 왔고 각종 불법 거래를 직접 주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노출되면서 상당한 정치적 위기에 몰릴 것 같다. 노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