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이란 남동부 케르만주(州)를 강타한 지진은 ‘대재앙’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지의 전기와 전화선이 끊겨 사태 파악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외신들은 사망자 수만 ‘1만명’에서 ‘2만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현지 관리들의 말이라며 전하고 있다. 정부 역시 공식 집계가 ‘사망자 4000명에 부상자는 3만여명’에 이른다면서도 피해는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피해가 이처럼 막대한 것은 지진이 닥친 시각이 주민들이 대부분 잠든 새벽녘이었기 때문이었다. 케르만주 모하메드 알리 카리미 지사는 이날 이란 TV를 통해 “새벽잠을 자던 주민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더미에 깔려 인명피해가 대단히 크다”며 “특히 진앙에서 가까운 인구 8만명의 밤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은 건물 잔해로 가득한 가운데 사람들이 서로 부둥켜 안은 채 울고만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터키의 한 방송기자는 "사고 지역이 마치 폭탄을 맞은 듯했고 창문들이 모든 부서졌다"면서 "사람들이 건물 잔해더미에서 시신과 부상자들을 끌어내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대적인 구호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물자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관공서 건물이 사고로 무너짐에 따라 시내 광장에 재해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피해지역에 헬리콥터 등 구조장비와 구호요원들을 급파했다.
현지 경찰은 신속한 구조작업을 위해 밤으로 통하는 모든 길을 막은 채 차량 통제에 나섰다. 이슬람권의 ‘적십자’에 해당하는 구호단체인 ‘붉은 초승달(적신월·赤新月)’은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구조대원들이 사고 현장으로 급파됐다고 밝혔다.
이라크 정부는 이날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했고 유엔을 비롯한 외국의 구호 손길도 답지하기 시작됐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모하메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에게 보낸 위로 메시지를 통해 ‘깊은 애도’를 표시하며 “가능한 모든 인도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리스 정부도 우선 25만유로를 이란 정부에 긴급 지원하는 25명의 구조요원을 이란에 파견키로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호세 마리아 안즈나르 스페인 총리도 이란 국민을 위로했다.
이란은 지진 다발 지역으로 유명하다. 세계에서도 지표면의 활동력이 가장 강한 단층선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물들이 지진을 견디기 어려운 진흙 벽돌로 지어져 있어 매번 속수무책이다.
1990년에만 리히터 규모 7.7의 강진이 이란 서부지역을 강타해 4만~5만명이 숨졌다. 1997년에는 북부지역에서 일어난 리히터 규모 7.5의 지진으로 1560명이 숨지고 6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