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나라에서는 정치인이 부패의 온상으로 내몰려 있는데, 일선 정치 현장에서는 이 부패 정치인들을 우려먹는 부패 유권자들의 구태 역시 여전하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유권자들은 온갖 형태의 모임에 정치인들을 초청해 놓고 때로는 노골적으로, 때로는 은근하게 돈을 내놓으라고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넉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의식해야 하는 정치인들로서는 ‘성의’ 표시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수도권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한 후보의 경우 연말 송년회 참석비용만 1000만원이 넘게 들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돈을 뿌려댄 정치인들은 십중팔구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그 이상의 돈을 회수하려 들 것이다. 그게 결국은 불법 정치자금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로 인한 정치·경제·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할 최대 피해자는 유권자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일부 유권자들이 ‘표’를 내세워 손 벌리는 행태를 계속하는 한 한국 정치가 ‘검은 돈’의 악순환을 벗어날 가망은 없다.

불법으로 조성한 돈을 건네는 기업과 이 돈을 걷어서 쓰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돈을 요구하는 부패 유권자들까지 뿌리를 뽑아야 한다. 모든 책임을 손쉽게 정치권에만 덮어 씌우면서 정작 부패한 유권자들에겐 바른말을 못하고 있는 일부 운동단체의 ‘영합주의적 태도’로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개혁을 이룰 수 없다. 유권자야말로 정치개혁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내년 총선은 각 당이 국회의원 후보 공천에 상향식으로 경선하는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선거 브로커 내지 선거꾼들이 설칠 수 있는 무대는 더 많아졌다. 이런 점에서 지금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선거법 개정안에 돈을 받은 유권자에게 받은 돈의 50배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하는 등 엄벌을 명문화한 것은 옳은 방향이다. 이와 함께 서구 선진사회처럼 유권자가 자기 주변에서 목격한 유권자의 불법과 타락을 자발적으로 고발토록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