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했던, 영원한 부산시민 쿠르트 카를로 슈미케(62)씨가 지난 11일 고향인 독일 부퍼탈시에서 간암으로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학교법인 한독학원의 이사장이자 부산 주재 독일명예영사인 슈미케씨는 지난 7월 부산에서 간암 판정을 받고 치료를 위해 독일로 돌아갔다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고국에서 쓸쓸하게 숨졌다.

슈미케씨는 22세 되던 1964년 한국에 첫발을 디뎠다. 독일의 가톨릭계 자선단체 ‘아시아지구 학생장려장학회’ 소속인 슈미케씨는 교육과 ‘1인1기술’만이 가난에 찌든 이 나라를 부흥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65년 부산 우암동에 현 한독문화여고의 전신인 한국여자기술학교를 설립, 73년까지 독일에 수백명의 한국 학생을 산업연수생으로 보내 외화획득과 정착을 도왔다. 지금까지 한독문화여고를 졸업한 학생 숫자만 2만여명에 달한다. 내년 3월이면 한독외국어학교도 문을 열 예정이다.

슈미케씨는 빈민구제사업에도 열성을 보였다. 그는 72년 부산시 서구 구덕 수원지 붕괴사고로 수백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자 독일 사회단체 지원을 끌어내 반여동에 아파트 200여가구를 건설, 집단이주촌인 ‘무지개 마을’을 건립했다. 79년에는 고지대 철거민들을 위해 이곳에 300여가구를 추가로 세우기도 했다. 그 공로로 74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고, 독일정부로부터 1등 십자공로훈장을 수여받았다.

슈미케씨는 그러나 평소 훈장보다 79년 부산시로부터 받은 ‘부산명예시민증’을 더 자랑스러워했다고 지인들은 전한다. “20년을 독일에서 살았고 나머지 40년을 한국에서 살았으니 난 한국사람이지”라고 말하는 그는 친자 없이 한국인 고아 2명을 입양해 키웠다.

슈미케씨의 죽음이 알려진 부산에선 애도의 물결이 일었다. 해운대구 우동 독일문화원에 분향소가 설치됐고,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5일간 1000여명의 조문객들이 그의 죽음을 추모했다. 슈미케씨와 40년 지기인 정순택(62·전 부산시 교육감) 한독문화여고 교장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더욱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고 모범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