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법 개정 무산으로 앞으로 우리 자녀들은 소득의 30%까지 연금보험료로 내야 될 텐데 정치권이 책임질 것이냐.”(보건복지부)
“연금법 개악에 대한 국민의 저항을 정치권이 대변한 결과이다. 정부는 재정고갈을 무기로 국민을 협박하지 말고 재정추계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한국노총)
‘더 내고 덜 받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연금법 정부 개정안이 23일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하지 못해 사실상 무산된 뒤 정부와 노동단체가 보인 반응이다. 복지부 관계자들은 “앞으로 연금을 받는 사람들이 늘면 연금법 개정이 더 힘들어질 텐데…”라며 한숨만 내쉬었다.
연금법 개정 무산은 단순한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갈등이 시작됐다는 예고편을 보여주고 있다. 연금 개혁을 시도하려는 정부와 이에 저항하는 노조와의 갈등,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현 가입자 세대와 더 큰 부담을 짊어질 자녀 세대 간의 갈등…. 여기에 합세한 것이 유권자만 쳐다보고 자녀 세대와 후 세대를 외면한 정치권이다.
외국에서도 연금법 개정은 저항이 만만찮다. 이탈리아와 네덜란드는 각각 95년 연금법 개정을 추진하다가 정권이 교체되기까지 했다. 네덜란드는 연금당까지 등장했을 정도이다. 프랑스도 지난 4월 50여만명의 노동자들이 ‘연금 개혁’ 반대 총파업을 벌였다.
문제는 연금법 개정을 위해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총대를 메고 국민 앞에 나선 적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 연금 제도가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낸 돈의 10배까지 ‘퍼주기’ 식으로 출발한 연금제도가 지금 상태로 유지될 수는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장밋빛 연금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었음을 솔직히 사과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국민을 설득, 연금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