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해인사로 조계종 지도자들을 찾아감으로써 서울 외곽순환도로의 북한산 터널구간 공사가 재개의 실마리를 찾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자신의 공약을 뒤집는 일이라지만 대통령이 그렇게 몸을 낮춰 도움을 청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외곽순환도로의 경제성과 기능성을 생각할 때 북한산 터널 노선을 바꾸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연결 노선인 불암산과 수락산 터널 공사가 상당 수준 진행돼 있는 데다가 노선을 바깥으로 돌리면 도봉·노원구 주민들이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제시됐던 북한산국립공원 외곽 노선은 기존 노선보다 오히려 산림 훼손이 심하고, 의정부 우회 노선도 공사비만 7000억원이 더 들고 교통편익이 연간 800억원 이상 감소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불교계로서도 얻은 것 없이 물러선다는 게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종정 법전 스님은 “불교계마저 자기 목소리만 내는 것으로 국민에게 비치지 않는지 반성할 일”이라고 하기 어려운 말씀까지 하면서 국정 수행을 도우라고 지시했다. 그 며칠 전 조계종에서 “정부가 불교계를 혈세나 낭비하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종단적 차원의 저항’을 경고하는 성명을 냈던 점을 생각하면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준 끝매듭이 아닐 수 없다.

선거 공약이 국가 대사를 뒤틀어 버리는 일을 한두 번 보아온 게 아니다. 노 대통령도 엊그제 “백지화 공약을 했지만 대통령이 되고 보니 공사 진척이 많이 돼 터널 부분만 남아 있더라”라고 했다. 표를 얻겠다는 생각에 앞뒤를 재지 못한 공약이었음을 실토한 것이다.

경부고속철 금정산구간 백지화도 그걸 되돌리기까지 반년 이상 혼란을 거듭해야 했다. 행정수도 이전을 놓고는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갈등과 우여곡절을 겪어야 할지 국민은 걱정이 산더미 같다. 어설픈 선거공약으로 잘돼 가는 일을 망치지나 말아주면 고맙겠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정치인들은 뼈아프게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