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할아버지가 30년의 집념으로 풍력과 태양광을 이용한 대체에너지를 개발, 신지식인의 영예를 안았다. 충북 옥천군 동이면 평산리에서 밤 농장을 운영하는 이종학(81)씨.
그는 행정자치부 올해의 신지식인으로 선정돼 23일 국무총리 표창과 함께 100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그의 집념은 1974년 철도공무원을 퇴직한 뒤 고향에 내려가 2만평의 밤 농장을 조성하면서 시작됐다. 둘째 아들이 병을 앓아 고향으로 가는 길을 택한 때였다. 전봇대에서 1.5㎞나 떨어진 농장까지 전기를 끌어오는 데 많은 돈이 들자 싼 비용으로 농사에 필요한 전력을 자체 생산키로 하고 ‘나홀로 연구’에 매달렸다.
75년 수소문 끝에 경기도 김포에서 2개월 동안 대체에너지 교육을 받은 이씨는 풍력발전 연구에 몰두했다.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믿고 무조건 뛰어들었어요. 그러나 ‘풍차’는 마음먹은 대로 돌지 않더군요.” 바람의 세기가 약한 데다 계절별 바람 분포와 풍향도 제각각이어서 번번이 실패의 쓴잔을 마셨다. 때마침 정부가 농촌 전기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손쉽게 전기 문제가 해결되자 이씨도 골치 아픈 풍차개발 문제를 일단 접어뒀다.
“그래도 미련을 버릴 수 없었어요. 잠을 자면서도 내 농장 뒤편에 개인 발전소가 가동되는 꿈을 꿨습니다.” 5년 전 70대 중반의 나이에 미완(未完)의 사업에 다시 매달리기 시작했다.
환경운동연합 에너지대안센터 이사로 무공해 대체에너지 관련 세미나와 강습회 등에 적극 참여하고 전문서적과 학자, 전기회사 관계자 등의 도움을 받았다. 연구 방향도 내륙에서 성공하기 어려운 풍력 발전 대신 태양광 발전으로 선회했다. 작년 12월 9일 집 뒤편에 3㎾급 소형 태양광 발전시설을 만들어 시험가동에 성공했다. 국내 최초로 민간 태양광 발전소를 만든 셈이다.
내년에는 4억5000만원을 들여 30㎾급 발전소를 설립, 본격적인 전기생산에 들어간다.
“대체에너지에 대한 정부 부처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복잡한 전기사업법으로 인해 발전소 허가를 내는 데 많은 애를 먹었지요. 개인이면 누구나 손쉽게 전기를 만들어 쓸 수 있어야 하는데 왜 그렇게 제한규정이 많은지 이해가 안 됩니다.” 그는 “온 국민이 무공해 에너지를 만들어 쓸 수 있다면 환경오염과 석유수입에 따른 외화낭비를 막을 수 있다”면서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을 못 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씨의 꿈은 하나다. 자신의 농장을 풍력·태양광·수소 등 신(新) 재생에너지 개발·보급을 위한 국민교육장으로 개방하는 것이다. 이씨의 농장에는 인근 옥천과학대를 비롯, 전국 각지에서 학자와 학생들이 현장견학차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
개인발전소 사업에 매달리느라 호주머니에 돈이 붙어 있을 날이 없다는 이씨는 “10년 이내에 대체에너지 개발사업은 가장 각광받는 분야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씨는 이날 받는 신지식인 상금으로 태양광을 이용한 교육용 수소에너지 실험기기를 구입해 관내 학교에 기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