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삼 목사가 지난 여름 태풍 '매미'로 집을 잃은 이금선(가운데)씨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고 위로하고 있다.

“고마운 마음이야 말로 다 못하지예….”

태풍 ‘매미’로 집을 잃고 석 달 가량 마을회관과 컨테이너 생활을 전전했던 천양수(53·경남 거제시 사등면)씨는 지난 15일 잊지 못할 성탄 선물을 받았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단장 조현삼·서울광염교회 담임목사)이 번듯한 벽돌집을 지어줘 이날 입주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천씨가 집을 잃은 것은 지난 9월 12일. 오후 8시쯤 모진 비바람이 쏟아졌다. 바다에서 20m쯤 떨어진 집에는 물이 들어차고 있었다. 부인 이금선(43)씨와 두 자녀를 미리 대피시키고 혼자 집을 지키던 천씨는 심상치 않은 느낌에 부엌에 들어가보니 이미 가슴까지 바닷물이 차올랐다. 마당에 묶여 있던 개를 풀어주고 돌아서는 순간, 파도에 밀려온 바위가 시멘트 블록으로 앙상하게 지어진 천씨의 집을 때렸고, 집은 힘없이 무너졌다. 천씨에겐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었다. 심한 약시(弱視) 때문에 이렇다 할 직업을 갖지 못하고 부인 이씨가 참치공장에 다니면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던 천씨 가족으로서는 집을 다시 지을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올해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이 태풍 ‘매미’로 집을 잃은 천씨 같은 극빈층 수재민에게 지어준 ‘희망의 집’은 모두 5채. 마산시 진동면, 구산면에 4채 그리고 천씨 집(4호)이다. 원래 집이 있던 터에 11~18평짜리 벽돌집을 튼튼히 지었다.

조 목사를 비롯한 서울 상계동 서울광염교회 교역자들이 주축이 된 봉사단은 재난에 관한 한 기독교계의 ‘5분 대기조’로 유명하다. 지난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에게 밥을 지어주면서 결성됐다. 이들은 언제라도 재난이 발생하면 컵라면, 세면도구, 세제, 간장·고추장 등 평소 비치해뒀던 응급 구호품을 승합차와 트럭에 싣고 현장으로 달려가 현지 교회들의 지원을 받아 이재민에게 구호품을 나눠준다. 지난 9월 ‘매미’ 때는 강원도 정선으로 출동했다가 마산 쪽이 더 급하다는 소식을 듣고 마산으로 핸들을 꺾었다. 현장은 처참했다. 마산시 송도마을의 경우는 봉사단이 들어갈 때까지 닷새 동안 22가구가 밥 한 끼 제대로 지어먹지 못하고 있었다.

조 목사는 “마침 올해는 이랜드 등에서 보내온 현금과 구호물품이 평소보다 많이 접수돼 다소 여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의 주님의교회, 사랑의교회, 신림교회, 수원제일교회 등 80여개 교회가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했고, 건축업을 하는 마산 진동교회의 한 장로가 실비로 건축을 맡았다. 정부 지원비에 여러 교회의 성금을 모아 건축비가 마련되는 대로 한 채씩 착공해 제1호 ‘희망의 집’인 진동면 송도마을 하명선씨 집은 지난 10월 말 입주했다. 천씨의 집이 4호이며 현재 마무리 공사 중인 2호, 3호, 5호집은 성탄절 이틀 전인 23일 입주식을 갖게 된다. ‘희망의 집’을 받은 수재민 중 기독교 신자는 4호의 천씨 가족뿐이었지만, 3호에 입주할 정정자(64)씨는 고마운 마음에 지난 일요일(14일) 평생 처음 교회에 나가기도 했다. ‘희망의 집’ 두 채가 지어진 송도마을 서창규(69) 이장은 “명절이 따로 없지예. 2호집 입주하는 23일이 우리한텐 명절이지예”라고 했다.

맨손으로 시작해 여러 교회와 기업, 개인의 자발적 도움을 끌어내 이재민을 돕는 봉사단의 힘은 투명성과 철저한 ‘비움의 미학’이다. 지원금 사용 내역은 바로 홈페이지(www.foodshare.or.kr)에 올린다. 또 별도 사무실 없이 봉사단원들의 인건비, 교통비 등은 서울광염교회가 부담한다. 덕택에 봉사단 운영의 행정비는 제로다. 교회는 상계동의 감자탕집 건물 3층의 30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작은 규모이지만 교회 통장도 각종 공과금 자동이체 등을 위한 비상금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운영한다. 조 목사는 “겉옷을 벗어달라면 속옷까지 벗어드린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며 “지갑과 곳간을 비워 이웃에게 나눠주면 언제나 하나님이 다시 채워주실 것으로 믿고, 또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