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에 반대했던 프랑스와 독일이 16일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라크의 채무를 상당 부분 탕감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라크전을 통해 갈등을 빚어온 미국과 프랑스·독일 간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독일 등 반전국가 기업들이 이라크 재건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했던 미국의 방침도 다시 논의될 수 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이날 최대 채권국인 일본이 이라크 부채 경감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반전국이었던 러시아도 전날 “이라크 부채가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혀, 후세인 체포 이후 이라크 전후처리 사업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 부채 탕감

이라크 주요 채권국을 상대로 부채 탕감 설득을 위해 프랑스·독일 등 유럽 5개국을 방문 중인 미국 대통령 특사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슈뢰더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서 두 나라가 각각 부채 탕감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부시·시라크·슈뢰더 등 3국 정상은 16일 발표된 성명서에서 “부채 탕감은 이라크 재건에 필수적이며 미국·프랑스·독일은 이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대통령궁의 카트린 콜로나 대변인은 “주요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의 내년 회의에서 부채 경감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경감 폭은 추후 확정될 예정이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16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는 파리클럽이 이라크 부채의 90%를 탕감해 주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 이라크는 미국·일본·프랑스·독일 등 19개 국가로 구성된 ‘파리클럽’ 회원국에 400억달러의 빚을 지고 있으며, 아랍권 등 기타 국가와 건설업체 등 민간기업에 대해 800억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다. 파리클럽의 많은 국가들은 그러나 이라크가 산유국인 점을 들어 ‘부채 탕감’보다는 ‘부채 상환 일정 조정’을 선호하고 있다.

◆ 재건사업 금지 협상

베이커 특사와 독·불 정상 간의 회담에서는 이라크전 반대 국가들의 이라크 재건사업 참여를 금지한 미국의 조치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미국도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협상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라크의 석유에 큰 관심이 있는 프랑스는 오래 계속된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개선하고 재건사업에 참여하기를 원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또 프랑스 기업들의 상당수는 이라크로부터 빚진 돈 돌려받기를 진작부터 포기했다고 전했다.

따라서 프랑스와 독일은 어차피 받기 어려운 부채를 탕감해주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동시에 이라크 재건 사업에 참여, 잇속을 챙기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은 이라크 주권이양 등 많은 정치적 문제들을 놓고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어, 부채 탕감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전후 처리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